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 골목. 폭 2m, 길이 약 150m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헌책방 50여 곳이 오밀조밀 붙어 있습니다. 부산이 고향인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15년여 만에 다시 이곳을 찾았습니다. 헌책방 사장님들의 얼굴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골목길의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만화책도 잔뜩 쌓여 있고 고등학교를 입학하며 준비했던 영어사전과 익숙한 이름의 각종 사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에 오면 새 책과 다름없는 헌책도 찾을 수 있고 각종 고서적•잡지•외국도서•실용도서 등 원하는 모든 종류의 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가격요? 물론 저렴합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 저는 부모님께 돈을 받으면 이곳에 와서 책을 사고 남은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보수동 책방 골목. 6•25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모여 살았던 부산 중구 일대의 영주산, 보수산 자락에 노천 교실, 천막 학교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고 이 골목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책이 귀했던 시절이라 읽은 책은 팔고, 헌책을 살 수 있는 노점들이 모여 책방 골목이 만들어졌고 수많은 학생들의 통학로로 붐비게 돼 신학기 때면 골목에는 책이 잔뜩 쌓여 있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이곳 책방 골목엔 책을 팔고 사려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곳만이 지닌 독특한 풍경과 문화를 즐기러 찾는 이들도 많습니다. 곳곳에 생긴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친구들과 사진도 찍으며 추억을 만듭니다.
요즘엔 누구나 손에 쥔 스마트기기로 원하는 정보를 찾고 책도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종이가 주는 따스한 느낌은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책을 한 번 잡아 보세요. 차갑고 쓸쓸한 마음에 따스한 기운이 느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