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선의 ‘100명의 특별한 유대인’는 공이 많이 들어간 책이다. 정치와 경제, 경영, 문화, 예술 등 거의 전 분야를 망라해 100인을 뽑았기 때문에 저자의 해박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23%가 유대인이다. 미국의 유대인 숫자는 650만명으로 고작 2.2%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막강함을 넘어서 경이적이라고 보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이따금 저자의 논평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지만 그다지 중요한 점은 아니다. 오랜 기간 산고를 통해 나온 작품으로부터 독자들은 귀한 정보를 얻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쉬운 바가 있다면 이렇게 100인의 유대인을 서술한 다음 정리하는 섹션을 하나 정도 넣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점이다. 독자들은 사실에도 관심이 많지만 그런 사실들을 추적하면서 저자가 오늘의 한국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아마도 저자는 서문으로 독자들의 바람을 대신하고 싶었을 것이다. 짧은 서문에는 유대인에 대한 연구와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느낀 소회가 간략히 정리돼 있다. “흡사 한국인들은 한반도가 우주의 중심쯤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문장으로 말이다.
이 책은 모두 21개의 토픽으로 구성돼 있다. 역사 속의 유대인 명인, 변혁을 꿈꾼 유대인 혁명가, 시대를 풍미한 유대인 석학, 국제정치 판도를 주도한 유대인, 승부사 기질의 유대인, 평범한 아이템을 세계적 상품으로 만든 유대인 장인,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인 유대인 등. 책을 읽는 내내 “이 분도 유대인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굵직굵직한 인물들 가운데 유대인이 참으로 많았다.
예를 들어 평범한 아이템을 세계적 상품으로 만든 유대인이란 토픽에는 하워드 슐츠(스타벅스 창업자), 루벤 매터스(하겐다즈),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레비 스트라우스(리바이스), 루슨 핸들러(바비 인형의 어머니), 에스티 로더(에스티 로더) 등이 포함돼 있다. 각각의 인물에 대해 5~7장 분량으로 소개돼 있지만 지면 제한에도 불구하고 한 인물에 대해 알아야 할 알찬 내용들이 들어 있다.
청바지라는 평범한 상품을 세계적 브랜드로 만든 레비 스트라우스에 대해 저자는 “지적 호기심에 기초한 창의적 교육과 폭넓은 열린 사고를 중시하는 유대인들이 세계화를 선도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평가한다.
이런 부류의 인물에 대한 책은 정보를 얻는 장점도 있지만 동기 부여를 받는 점에서도 큰 도움을 준다. 읽는 내내 한국인들이 좀더 시야와 안목을 넓히면 생산적 방향으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공이 많이 들어간 책이기에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