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경제학자 세 명이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날 자산 가격의 경험적 분석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이들 로버트 실러(67) 예일대 교수를 비롯해 시카고대의 유진 파마(74)와 라스 피터 핸슨(61) 교수를 공동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 3인이 자산 가격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기초를 설립했다고 평가했다.
노벨위원회는 “3~5년간 장기적으로 주식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 “이처럼 놀랍고도 모순적인 연구 성과가 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선정 사유를 설명했다.
위원회는 파마 교수가 1960년대 초 연구자들과 함께 단기적으로 주식 가격을 예측하는 게 매우 어렵고 새로운 정보가 주식 가격에 빠르게 반영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평가했다.
또 실러 교수는 1980년대 초 장기적으로 주식 가격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답을 제시했다고 노벨위원회는 밝혔다.
핸슨 교수는 자산 가격 책정과 관련된 이론을 실험하는 데 적합한 통계학적 방법을 진전시켰다고 위원회는 전했다. 또 핸슨 교수와 연구자들은 이론의 수정을 통해 자산 가격책정 문제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자산 가격의 움직임은 저축과 주택 매입·국가 경제정책 등의 결정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산 가격을 잘못 책정하면 최근 세계적 불황이 보여줬듯이 글로벌 금융 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전체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공동 수상자 3인은 스웨덴 돈으로 800만 크로나(약 13억2100만원) 상당의 상금을 나눠 받는다.
실러 교수는 수상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내가 상을 탈 거라 말했지만 나는 상을 받을 만한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100인에 꼽혀온 실러 교수는 ‘거품 경제’의 붕괴를 예언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실러 교수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와 함께 미국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또 미국 대도시의 주택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케이스ㆍ실러지수를 고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파마 교수는 자신의 연구성과에 기반을 둔 ‘투자 이론’의 대가다. 그의 이론은 지수와 연동해 수익을 추구하는 인덱스펀드의 논리적 기초가 됐다. 핸슨 교수는 뛰어난 거시 경제학자로 평가받아 왔다.
한편 이번 수상으로 노벨경제학상의 미국 독점 기록이 올해에도 계속 이어지게 됐다. 지난 14년간 배출된 수상자 30명 가운데 27명이 미국 학자다.
특히 그동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숱하게 배출해 온 시카고대 출신 교수가 올해에도 2명이나 포함돼 ‘시카고학파’의 저력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