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 그 자체가 연기 교본! 왜?[배국남의 스타성공학]

입력 2013-08-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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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조연 가리지 않는 연기 스펙트럼… 동료·후배 연기자에겐 최고의 멘토

“이 상(연기대상)을 박근형 선생님께 보여주고 싶다. 연기 잘하는 선배들 많이 있다. 그분들이 제대로 평가받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2012년 12월 8일 열린 제1회 ‘K드라마 스타 어워즈’손현주 연기대상 수상 소감) “박근형 선생님이 드라마를 할 때 대사 하나 하나에 대해 지적을 하고 혼냈다. 어찌나 무서웠는지. 그러나 제가 잘되라고 한 것이기에 이를 악물고 박 선생님이 지적한 부분들을 고쳐 나갔다.”(전도연 인터뷰)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 연극을 시작할 때는 연기를 못했다. 그때 박근형 같은 좋은 선배의 연기를 관찰하며 열심히 배웠다. 박근형 선배의 연기를 옆에서 배우고 싶어 출연하는 작품에 작은 배역이라도 맡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박근형 선배는 나에게 연기 교과서나 다름없다.”(연기자 김갑수)

최고의 연기파 배우 손현주와 전도연, 김갑수의 헌사는 박근형(73)을 향해 있다. 우리 시대 최고의 명배우 박근형(73)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연기력’이다. 박근형의 성공 원동력 역시 연기력이다.

박근형은 단 세 음절의 대사로 시청자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연기력을 갖췄다. 박근형은 지난해 화제가 됐던 드라마 ‘추적자’에서 “욕봐라”라는 이 세 음절의 대사로 전 국민을 분노와 공포로 전율케 했다. 주름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 자본의 무서운 위력을 드러내며, 눈빛 하나의 변화로 다정한 아버지에서 자신의 욕망을 위해 딸과 사위의 삶까지 거래하고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위악한 자본가의 야누스적 모습으로 돌변하는 연기력을 보였다. 박근형의 존재로 인해 드라마의 완성도와 작품성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시청자는 “역시 박근형!”이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1959년 연극 무대에 올라 1963년 KBS 공채 탤런트 3기로 연기에 본격 입문한 박근형은 50년 동안 ‘꽃피는 팔도강산’ ‘청춘의 덫’ ‘불꽃놀이’ ‘사랑과 야망’ ‘모래성’ ‘제3공화국’ ‘젊은이의 양지’ ‘지평선 너머’ ‘비밀’ ‘비단향 꽃무’ ‘추적자’ ‘황금의 제국’ 등 수많은 드라마에서 주연과 조연으로 연기력이 보여줄 수 있는 감동과 공감, 진정성을 선사했다. 그리고 영화 ‘우상의 눈물들’ ‘철인들’ ‘티켓’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그랑프리’ ‘가문의 귀환’ 등 수많은 영화와 ‘3월의 눈’ 등 수십 편의 연극에서 카리스마 강렬한 캐릭터부터 일상성이 묻어나는 캐릭터까지 광대한 스펙트럼의 배역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각각의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게 했다.

연기자와 전문가 그리고 시청자와 관객이 가장 이상적인 연기로 꼽는 것은 바로 ‘연기를 하지 않는 연기’다. 즉 연기의 방법론이나 연기력의 세기조차 뛰어넘는 연기가 최고의 명연기다. 연기를 하지 않는 연기를 하는 이가 바로 박근형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드라마와 영화, 연극에서 연기자의 연기력 문제로 시청자와 관객들이 공감이나 몰입을 하지 못하고 드라마의 작품성이 추락한다면 연기자 자격이 없다.” 박근형은 연기력에 관한 한 무한히 엄격하다. 그래서 누구보다 연기력을 위해 캐릭터 분석과 연기의 세기 등에 대해 부단히 노력한다. 50년의 연륜이 있음에도 그는 연기력을 배가시키기 위해 오늘도 무대에, 스크린에 그리고 TV 화면에 나서기 전 땀을 흘린다.

그런 박근형이기에 후배에게도 연기력에 관한 한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드라마나 영화, 연극은 철저히 공동의 작업이고 그 결과는 대중에게 평가받아 나오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한류 배우들이 스타 행세를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연기란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공동 작업인데 요즘 몇몇 어린 배우들은 차에서 놀다가 촬영이 시작돼서야 건성으로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촬영을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잠깐만요, 감정 좀 잡고요’라고 말하더라. 그러고는 잠시 뒤 그저 눈물 흘리는 게 전부더라. 그래서 우리끼리 ‘이런 똥배우랑 연기를 해야 하냐’고 말할 정도다.”

최상의 연기력을 보이는 박근형은 김갑수의 말처럼 그 자체가 연기자들의 사표(師表)이자 연기교본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형은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연극을 성공시키기 위해 함께 출연하는 연기자들의 연기력을 위해 충고와 질책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온몸으로 혼이 깃든 연기를 보여준다. 시청자와 관객에게 연기만으로 인간 본능의 감정인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을 가슴과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연기자 박근형은 후배와 동료 연기자들의 최고 멘토다. 빼어난 외모의 남자 배우는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킨 이도 바로 박근형이다.

연기력뿐만 아니다. 박근형은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기 위해 연기자로서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인다. “(드라마나 영화) 공동 작업을 하러 왔으면 다른 배우들과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 우리 한류 스타들이 많이 고쳐야 한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고쳐 주면 싫어하더라. 심지어 감독이 나에게 ‘아 왜 그러냐, 쟤들 저러면 안 한다고 한다’고 말리더라. 스타는 많은데 배우는 없다.” 박근형은 자신에게 불이익이 온다고 해도 연기자로서 갖춰야 할 태도에 대해선 엄격하게 지적해준다. 그것이 진정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성공한 연기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이 때문에 “박근형 선생님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에요. 드라마 ‘불꽃놀이’ 등에 함께 출연했는데 저를 비롯한 후배 연기자들에게 꼼꼼히 연기 지도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왜 진작 뵙지 못 했나 아쉬울 정도였어요. 연기자로서 가장 중요한 연기력뿐만 아니라 연기자로서의 태도까지 열성적으로 알려 주세요”라는 연기자 박은혜의 말이 나오는 것이다. 박은혜뿐만 아니다. 전도연에서부터 손현주에 이르기까지 박근형과 작업한 연기자들은 한결같이 이 같은 말을 한다. 자신만의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닌 동료와 후배 연기자들의 성공을 진정으로 바라는 박근형은 이 시대 가장 가치 있는 성공을 일군 연기자이자 연기의 진정한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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