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페어플레이’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국제적 기업 윤리의식의 확대를 주도한 미국에서 윤리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2001년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의 90% 이상이 기업 윤리강령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내 윤리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기업도 84%에 달한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영국 기업 중 57%, 독일은 51%의 기업이 윤리강령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이제 기업의 윤리경영은 ‘필수’가 됐다.
미국의 제약회사이자 생활용품업체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 사건’은 기업에 윤리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존슨앤드존스의 대표 제품인 타이레놀에 치명적 청산가리가 주입돼 이 약을 복용한 소비자 7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우리의 신조(Our Credo)’라는 윤리강령을 50년 가까이 고수한 회사의 위기 대처법은 남달랐다. 당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버크는 시카고 지역 판매분을 회수하라는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권고를 넘어 전미 지역을 대상으로 2억4000만 달러를 들여 제품을 회수, 전량 폐기했다. 사고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언론을 통해 소비자에게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는 대대적인 캠페인도 벌였다.
경찰 수사 결과 누군가 고의로 캡슐을 뜯어 독극물을 투입한 것으로 밝혀져 회사는 혐의를 벗었지만 이후 버크 CEO는 유사 사건 발생을 막기 위해 1억5000만 달러를 투입해 타이레놀을 캡슐에서 알약 형태로 바꿨다. 이러한 조치로 회사는 사고 직후 7%까지 추락했던 시장점유율을 3년 만에 35%대로 다시 끌어올렸다. 버크 CEO는 ‘뚝심 있는’ 윤리경영으로 2003년 포춘이 선정한 ‘역사상 최고 CEO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무·의료용품 제조업체 3M은 구체적 윤리경영 매뉴얼과 이의 엄격한 적용으로 정평이 나 있다.
△커피와 도넛은 제외, 연간 50달러 이상의 금품과 향응 제공 금지 △정부 관료에 대한 접대는 지위·횟수·양에 상관없이 무조건 금지 △부당하게 취득한 금품은 3배로 회사에 납부 등 한도 금액이나 금지 내용이 상세하다. 이는 갑의 부당행위를 의미하는 ‘갑(甲) 질’을 하지도, 당하지도 않도록 깨끗하게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의지다.
휴대폰 제조업체 모토로라는 뇌물에 관해 엄격한 윤리강령을 지킬 것을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한 중역은 연 수익을 25%나 올릴 수 있는 계약에서 남미 국가의 정부 관리가 커미션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거래를 중단했고 이 결정을 최고경영자가 극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이 밖에 반도체 회사 인텔은 EHS(Environment, Health and Safety) 정책을 마련해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기업 윤리를 제시하고 있으며, 컴퓨터 제조업체 IBM은 내부 윤리감시 체제를 두고 국내는 물론 해외 지사에 이르기까지 윤리경영을 폭넓게 실천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회사 창립 때부터 직원들에게 ‘납품업자로부터 커피 한 잔도 얻지 말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