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내놓겠다는 배수진을 쳤기 때문일까. 결과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승리였다.
지배구조 개선보다 실적을 택한 주주들에 힘입어 다이먼 회장이 CEO 자리를 겸직할 수 있게 됐다.
미국 플로리다 템파에서 21일(현지시간) 열린 JP모건체이스 주주총회에서는 CEO직과 이사회 회장직 분리 안건에 대한 찬성이 32.2%로 과반수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고 CNN머니가 보도했다.
주총 이전에 대형 기관투자자가 참가한 비공개 예비투표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번 투표에서 JP모건의 실적 호조가 다이먼에게 가장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JP모건의 주가는 지난해 5월 이후 1년 동안 56% 이상 상승했고 지난 4월에 발표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33% 증가하는 등 실적도 예상보다 호전됐다. 주주들은 CEO와 회장을 분리하는 지배구조 개선보다는 실적을 택한 셈이다.
다이먼 회장은 지난 2005년 말부터 CEO와 회장을 겸임했지만 지난해 6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일으킨 ‘런던고래’사건으로 자리를 위협받게 됐다. 일부 주주들이 인사 권한이 다이먼에게 집중돼 있다며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등 일부 대형 기관투자자들도 CEO와 회장직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너에 몰린 다이먼 회장은 지난 6일 본사에서 주요 주주들과 만나 “회장과 CEO직을 분리하면 회사를 떠날 것”이라며 초강수를 뒀다.
JP모건은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을 상대로 CEO직과 회장직 분리안에 반대해달라고 설득 작업에 나섰다. 여기에 지분율이 높은 블랙록 뱅가드그룹 웰링턴 등이 다이먼을 지지했다.‘투자의 귀재’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도 “제이미보다 나은 회장은 생각할 수 없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다이먼의 겸임이 유지되면서 ‘런던고래’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고 평가 받았던 엘런 퍼터 미국 자연사박물관 대표, 데이비드 코트 허니웰 인터내셔널 CEO, 제임스 크라운 헨리크라운사 대표 등 리스크위원회의 이사 3명도 유임됐다.
JP모건의 위험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해 일부 이사가 바뀌는 등 임원진의 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리사 린슬레이 AFSCME 자본전략 이사는 “다이먼 회장의 겸직을 반대한 32.2%는 여전히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며 “회사가 개혁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좋았다. 뉴욕증시에서 JP모건의 주가는 전날 종가보다 1.4% 오른 53.02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