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옥성(46) 경감이 자살 기도자를 구하려던 마지막 순간의 영상이 17일 공개됐다.
정 경감은 지난달 1일 오후 11시25분께 경기도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선착장에서 자살하겠다며 바다에 뛰어든 김모(45)씨를 구하려 바닷물에 몸을 던졌다가 실종됐다.
시건 발생 당시 현장에 출동한 강화경찰서 내가파출소 소속 순찰차량의 블랙박스에 녹화돼 있던 20초 분량의 영상은 정 경감이 김씨를 잡기 위해 전력으로 달리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정 경감은 김씨를 말리려 하지만 김씨는 정 경감을 뿌리치고 선착장으로 내달리고 있다. 정 경감은 뒤를 바싹 쫓고 있지만 둘 사이 1m 가량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김씨는 어둠 속을 달리다 물에 빠졌다. 정 경감은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따라 바다로 뛰어들었다. 정 경감은 안타깝게 손이 닿지 않자 다시 김씨 쪽으로 걸어갔고, 다시 그를 향해 손을 뻗은 순간 바닷물에 휩쓸리고 말았다.
현장에 출동한 동료 경찰관은 급히 선착장 앞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둘 다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 후였다.
자살을 기도했던 김씨의 시신은 사건 발생 이틀만인 지난달 3일 투신지점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강화도 해안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정 경감의 시신은 50일 가까이 이어진 수색작업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정 경감은 상황을 보고하고 구조대를 기다릴 수도 있었지만 단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 강화군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에 따르면 물살이 유난히 센 강화도의 밤바다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강화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한 정 경감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긴급한 상황에서 본인의 안위보다 시민을 생각했던 것.
동료들은 그가 평소부터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모든 일에 모범이 되는 경찰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강화경찰서에서 인천경찰청장(葬)으로 정 경감의 영결식을 시신 없이 엄수하며, 영결식 이후에도 당분간 그의 시신을 수색할 예정이다.
정옥성 경감은 1991년 서울경찰청 101경비단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한 뒤 22년간 경찰청장 표창 등 27차례에 걸쳐 표창을 받았다. 어머니(69), 부인(41), 고1 아들(16), 중1 남녀 쌍둥이(13) 등 2남1녀 자녀를 유족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