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식으로 단기 대책을 쏟아내는 바람에 부작용이 우려되는 모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대책 46개 가운데 20개가 법개정안으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과 나머지 시행령 개정 사항은 일러야 6월에나 시행 가능하다는 것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관망세만 짙어지고 있다.
일단 집을 가진 이들은 양도세 감면을 받을 수 없다. 집을 사는 이들만을 위한 부동산대책이 돼 버린 셈이다. 특히 이른바 하우스 푸어가 집을 팔게 하기 위해 집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혜택이 절실했음에도 이를 배제한 점은 정부의 가장 큰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기왕 규제완화를 하려면 더 획기적인 조치가 나왔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양도세나 취득세만 완화하지 말고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해 증여세나 상속세까지 풀어주는 등 특단의 조치를 내놨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주려면 더 과감한 대책을 발표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 측은 증여세나 상속세 완화도 검토했지만 기획재정부 등 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가는 기대만 키운 알맹이 없는 구호성 대책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가 여전히 안전성 문제 해결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전문가 등 여론 수렴 과정에서의 정책 변화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 손바닥 뒤짚 듯한 정책 탓에 분당 등 1기 신도시들이 아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지방정부 세수부족 문제도 해결책이 거의 없다. 실제로 취득세를 감면하는 만큼 지방세수가 줄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터에 세수가 더 줄게 되었으니 지자체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반대로 이 같은 세수부족을 중앙정부가 보존해 준다면 정부 재정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대책의 핵심인 양도세 감면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양도세 면제 대상을 전용면적 85㎡ 이하, 9억원 이하 주택으로 제한했다. 이 정도의 소형 아파트는 인구 가구구조가 소규모로 바뀌면서 인기도 늘고 거래도 몰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심각한 쪽은 중대형이다. 거래를 활성화시킬 양이면 중대형 아파트도 면세 대상에 포합시켜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서울 강남·북 간의 형평성 문제도 논란거리다. 서울 강남3구의 아파트는 이 기준에 근접하는 경우가 많아 면세 혜택을 보지만 강북은 5억원이 넘어도 면적 기준을 초과해 면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래서 이번 대책이 ‘강남 대책’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용인, 일산 등 수도권이나 지방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또 주택 수요타킷 선정에도 오류가 발생했다. 이번 대책은 생애최초주택 구입자들에게 세제나 금융 혜택을 줘 주택 구매 의도를 높인다는 취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이들 무주택자들의 경우 당장 생활비나 전세자금도 감당하기 어려워 이런 혜택이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가 내놓은 2012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에 비해 과도한 집세 부담에 시달리는 이른바 ‘렌트 푸어’ 가구가 지난 2년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의 30% 이상을 집세로 쓰는 ‘임대료 과부담 가구’는 2년 전보다 48만2000가구(25.3%) 늘어난 238만4000가구로 추정됐다.
특히 앞으로 집값이 오를 전망도 보이지 않는데 정부 말만 믿고 집을 샀다가 하우스 푸어만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집 소유자에게 팔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을 사는 이들에게만 혜택을 주다 보니 선순환의 고리가 끊겨 거래 단절을 초래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