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경기부양 기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침체 극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안으로 재정위기 우려까지 재고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CB는 지난 7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생 0.75%로 동결하고 올해와 내년의 유로존 경제성장률을 낮췄다.
드라기 총재는 통화정책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해 유로존 경제가 마이너스 0.5%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3개월 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2%에서 1.0%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위험요소들이 여전히 내재하고 있다”면서 “기업 대출 환경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로존 경기가 악화되면 기준금리 인하 등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앞서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27일 “ECB는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출구전략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밝힌 바 있다.
ECB는 내년 유로존 물가상승률을 0.6~2.0%로 전망했다.
올해 1.8%로 예상한 물가상승률이 내년 평균 1.3%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로존의 경제성장률과 물가가 장기간 동시에 침체하는 ‘일본식 디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유로존의 경제는 재정위기가 3년째 지속되면서 실업률이 11.9%에 이르는 등 실물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24.4%를 기록하고 있어 전체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유로존 실업률을 올해 12.2%, 내년 12.1%로 전망해 당분간 실업률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긴축정책 반대 여론이 늘고 있는 스페인의 청년 실업률은 55.6%로 청년층의 절반이 실업상태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선거 후 정국불안으로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이로 인해 유로존 위기가 재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8일 ECB가 기준금리를 낮출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가계와 은행·기업·정부의 부채가 성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ECB는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ECB가 추가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2011년 장 클로드 트리셰의 후임으로 ECB의 3대 총재에 임명된 이후 유로존 위기 해결을 주도해 ‘수퍼마리오’로 불리고 있다.
그는 “유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뭐든지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2006년부터 5년 동안 이탈리아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