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헤지펀드업계와의 채무 상환 소송에서 패하면서 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 뉴욕연방법원은 전일 아르헨티나 정부가 일부 헤지펀드에 13억30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의 채권 원리금을 물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 디폴트 선언 당시 10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지급 정지한 후에 2005년과 2010년에 갚아야 할 원금을 대폭 줄이는 채무재조정을 실시했다.
대부분의 채권단이 채무재조정에 동의했으나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아우렐리우스캐피털 등 일부 헤지펀드업체는 이에 불복해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들 업체에 먼저 원리금을 상환하기 전까지는 채무재조정에 합의한 다른 채권자들에게 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지시했다.
아르헨티나는 다음달 15일 약 30억 달러의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상환해야 한다.
뉴욕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원고들의 돈을 먼저 갚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소송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며 이 건은 대법원까지 갈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에르난 로렌지노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미국 법원의 판결은 일종의 법적인 식민주의”라며 “오는 26일 항소법원에 제출하는 소장에서 판결 항목 하나하나에 대해 상세하게 반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가 이들 헤지펀드에 대한 지급을 거절하면 다시 디폴트 상황에 처할 수도 있게 된다.
아놀드앤포터의 휘트니 디베보이즈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대한 소송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 “이는 해당 국가의 구조조정 노력을 복잡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르헨티나 정부와 채무재조정에 합의했던 채권자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번 판결로 아르헨티나 정부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법원 판결은 채무재조정에 합의한 모든 투자자들을 죽이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아르헨티나 정부가 모든 돈을 갚으라고 하는 것은 비이성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