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외식브랜드 크리스피크림 도넛은 지난달 24일 현대백화점 충청점에 입점했다. 경쟁 기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사건이다.
이 매장은 기존 도넛을 바로 생산할 수 있는 팩토리 형태가 아닌‘프레시숍’이다. 빠르게 유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앞으로 추가 출점을 통한 협력 관계의 확대에 주목이 가고 있다.
크리스피크림 도넛은 신 회장이 미국 유학시절부터 크리스피크림 도넛의 마니아였기 때문에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밀어온 외식사업이다. 롯데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해왔지만 경쟁 기업에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협력은 지난해 11월 박정환 전 크리스피크림 도넛 대표가 자신의 트위터(@hepsiba1)에서 “전국의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현대, 신세계 등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크리스피크림 도넛이 롯데그룹 계열 매장에만 입점해 접근성이 나쁘다는 평가를 고객들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이때 롯데그룹측은 “대표 개인의 입장일 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혀 이번 입점으로 변명이 무색케됐다. 특히 롯데그룹은 “계열사 대표가 전체 정책과 관련되는 사안을 결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고 박 전 대표는 지난 2월 크리스피크림 도넛 대표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이에 현대백화점 외에 신세계백화점 등 타 경쟁기업에 출점도 기대되고 있다. 롯데로서는 경쟁기업인 것을 감수하더라도 백화점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 출점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피크림도넛은 올해 매장 추가 오픈이 6개다. 지난해에 전년 대비 19개나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로드숍 오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시에 따르면 크리스피크림도넛은 지난해 롯데리아의 브랜드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엔제리너스커피 매출이 전년대비 45.1%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41.3% 증가한 89억원을 기록하며 사업부 내 가장 큰 성장을 이뤄낸 것과 사뭇 다른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그룹은 베이커리 베즐리를 운영하는 만큼 롯데그룹의 외식 브랜드 크리스피크림 도넛 입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유통맞수 간 추가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