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 명량해전 전황 생생히 기록한 '사호집' 공개

입력 2012-09-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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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 패하면 울타리가 무너져"

▲오익창 문집 '사호집'
“나라의 존망이 수군의 승패에 달려 있는데 지금 적들의 전함은 바다를 덮었습니다. 하지만 통제사(이순신)가 거느린 배는 매우 적습니다.”

당시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133척을 거느린 왜군과 맞서 싸워야 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 서적이 발굴됐다.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을 도와 큰 공을 세운 오익창(吳益昌·1557~1635)의 문집 ‘사호집’(沙湖集)이 바로 그 것.

사호집에는 오익창이 명량해전 때 외딴 섬으로 몸을 피하려는 사대부에게 호소하는 장면이 나온다. “통제사가 패하면 우리의 울타리는 철거될 것이니 외딴 섬에서 보전하고자 한들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힘을 모아 합세해 통제사를 위해 성원한다면 온전히 살 길이 있을 것이다. 모두 죽을지라도 나라를 위해서 충성을 다했다는 명분은 있게 된다.”

오익창의 이 같은 호소에 사대부들은 마음을 고쳐먹고 이순신 장군에게 식량을 지원했다. 이런 지원 덕분에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뒀다.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
사호집에는 명량해전에서 12척의 배로 왜군에 대항한 장수들의 지원상황과 위기상황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12척의 군졸들이 굶주림과 추위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공의 힘이었다”며 오익창을 치하한 내용도 나온다.

이순신 장군은 당사도(무안군 암태면)로 진을 옮기려 했으나 오익창의 조언을 받아들여 당사도에 접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명나라 진린 장군은 당사도에 군사를 주둔시켰다가 폭풍우를 만나 위기를 모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익창은 41세 때 명량해전에 참전해 군수품을 보급하고 거북선 제조에 참여하는 공을 세웠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전북 고창 출신의 유학자다.

이를 발굴한 여해(汝諧)고전연구소 노승석 소장은 “사호집은 영조 49년(1773년)에 간행되었는데 지금까지 소개된 적이 없는 자료”라며 “40여년 동안 보관해온 오익창의 직계 자손에게서 자료를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노 소장은 오는 19일 오후 2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사호집 자료 발표회를 열고 자료적 가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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