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에 모든 유럽 은행에 대한 감독권을 부여하려는 계획이 합의에 실패했다.
유럽연합(EU) 재무장관·중앙은행장은 지난 14~15일(현지시간) 키프로스에서 회담을 열고 유럽집행위원회(EC)가 제안한 ‘은행 동맹’을 논의했으나 이 동맹 초안의 핵심인 은행 감독권 강화 방안은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을 비롯한 비 유로권 EU 회원국은 ECB로 은행 감독권이 넘어가는 데 강하게 거부했다.
안데르스 보리 스웨덴 재무장관은 지난 15일 EU 회담 종료 후 “비유로국까지 ECB 감독 아래에 두려는 것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면서 “스웨덴이 표결권을 갖고 있지 않은 ECB의 감독을 받는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존의 EU 은행 감독 기관인 유럽은행청(EBA)과 ECB가 견해차를 보이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독일은 “ECB의 은행 감독 강화를 올해안에 타결하려는데 대해 좀 더 시간을 갖고 실행해야 한다”면서 “ECB가 유럽의 모든 은행을 감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초대형 은행 60여개만 전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셸 바르니에 EU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집행위 방안이 예정대로 내년 초부터 실행될 수 있을 것으로 여전히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ECB와 EBA 간 충돌이 극히 적을 것”이라면서 “(충돌 시에는) EBA 견해가 존중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ECB로 감독권이 넘어가기 전에 모든 유럽 은행에 대한 재무 건전성 점검(스트레스테스트)을 실시하자”고 제의해 협상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됐다고 16일 보도했다.
독일은 ECB의 감독권 강화도 EC 방안보다 한해 늦춰 2014년부터 실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쇼이블레 장관은 “EC가 (은행 동맹에) 서두르면 시장에는 유로화안정기구(ESM)가 올해 취약 은행을 직접 구제할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를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시 프랑스 재무장관은 그러나 “위험이 바로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는데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면서 “독일도 위기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빅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는 비유로국이 ECB에 표결권이 없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ECB가 비유로국 금융 감독 당국에 사전에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표결권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