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995년 ‘슈퍼엔고’ 악몽 재연

입력 2012-06-0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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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 심화로 대규모 개입…현재는 약발 안 먹혀

엔고 현상이 심화하면서 일본에 ‘1995년의 악몽’이 재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엔은 달러 대비 사상 최고치를 경신, 침체되고 있는 일본 경제를 한층 악화시키고 있다.

일본은 17년 전인 1995년에도 이 같은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당시 일본 당국은 사상 최대의 환율 개입을 통해 달러당 엔화 가치를 5개월 동안 30% 가량 떨어뜨렸다.

하지만 이번 개입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 당시와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1995년 엔고 때는 미국과 유럽이 공조해 엔화를 매도함으로써 일련의 효과를 거뒀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HSBC홀딩스의 폴 맥켈 수석 애널리스트는 “안전자산 통화 가치를 내리는 것은 일본 당국자에겐 매우 곤란한 일”이라며 “‘충격과 공포’를 유발하는 조치는 일시적인 효과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 정부가 실시한 단독 개입은 지속적인 효과는 없었다.

6일 도쿄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79.11엔으로 3월 기록한 연중 최저치 84.18엔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은 작년 10월31일 달러·엔이 75.35엔을 기록했을 때 8조엔을 풀어 엔화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작년 1년간 개입 규모는 14조3000억엔에 달한다.

통신은 안전자산으로서 엔의 지위가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일본의 대외 순자산 가치가 늘어난다는 점에서는 우려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 순자산 비율은 작년 12월말 시점에서 54%로 1994년말의 13%에서 크게 상승했다.

세계 최대 채권 펀드인 퍼시픽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PIMCO) 일본 부문의 마사나오 도모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기본적으로 엔고 압력이 강한 환경이 계속될 것”이라며 “엔고 기조를 반전시키는 방법은 재무성의 대규모 개입과 일본은행의 양적완화가 병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이같은 기대는 일본은행에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올들어 자산 매입 기금 규모를 20조엔 늘린 후 추가 확대 의지는 내비치지 않고 있다.

시라카와 총재는 과도한 금융완화가 자산 버블 리스크를 높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외 리스크로 엔고가 심화하고 있는만큼 시라카와 총재도 추가 완화를 미룰만한 구실이 마땅치않은 상황이다.

시장은 오는 14~15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시라카와 총재가 용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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