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가 기업연금 펀드인 AIJ의 다단계 금융사기로 떠들썩하다.
일본 증권거래 등 감시위원회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까지 조사한 결과, AIJ는 기업들이 맡긴 약 2000억엔(약 2조7600억원) 중 90% 이상을 날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수천 명의 투자자들을 상대로 희대의 금융사기극을 벌이다 2009년 적발된 버나드 매도프 사건의 일본판으로 규정지었다.
AIJ는 작년 9월 말 현재 어드밴테스트와 야스카와전기 등 84개 기업, 124개 연금에서 1984억엔을 수탁해 운용했다.
AIJ에 자금을 맡긴 기업들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주가 급락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 기업은 최대 24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는 AIJ에 속아 자금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AIJ의 자금 운용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케이먼제도에 사모펀드를 설립하고 버뮤다의 은행 계좌를 통해 자금을 관리, 이후 홍콩으로 자금을 옮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앞서 일본 신용평가사 R&I는 2009년 발행한 뉴스레터에서 AIJ의 수법이 매도프 사건을 모방한 일본판 매도프 사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R&I는 시장이 침체된 와중에도 AIJ의 운용 수익률이 비정상적으로 안정적인 점에 주목해 이같이 판단했다고 WSJ는 전했다.
당시 AIJ는 R&I가 실시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 대형 자산운용사 사이에서는 유능한 회사로 정평이 나있었다.
AIJ 사건을 조사하는 일본 금융청은 전전긍긍이다.
AIJ 같은 자산운용사는 1년에 한 번씩 규제 당국에 업무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동안 문제를 찾아내지 못한 금융청의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청은 광학기기업체 올림푸스가 13년간 1200억엔의 손실을 숨긴 것도 잡아내지 못했다.
84개 거래처가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었는 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증권거래 등 감시위원회는 영국 홍콩 등 해외 증권감독 당국에 정보 제공 협력을 요청, AIJ의 자금 운용 실태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AIJ는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