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그리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전이된 채무 위기가 점점 자국으로 향하고 있음을 감지하는 분위기다.
프랑스는 지난 10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실수로’ 낮췄다가 곧바로 바로잡는 소동이 벌어진 이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S&P를 맹공하고 나섰지만 속사정을 들켜버린 기색이 역력했다.
프랑스는 독일과의 10년물 국채 금리 스프레드가 사상 최고로 벌어지면서 자금조달에 크게 압박을 받고 있다.
영국 재무장관 출신인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지난 10일 “프랑스가 향후 몇 주 또는 몇 달 사이에 (이탈리아에 이어) 시장으로부터 공격당할 위험을 맞고 있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 몽드도 지난 11일 1면 머리기사를 통해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다음은 프랑스?”라는 제목 아래 이탈리아보다는 조금 모자라지만 유럽 재정안정기금(EFSF) 여력을 훨씬 뛰어넘는 프랑스의 채무 현황 그래픽을 실어 위기 전이 가능성을 알렸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는 지난주 올 들어 두 번째로 긴축정책을 발표하며 재정적자 규모를 축소하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나섰지만 시장이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반응은 미덥지 않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를 역임했던 자크 아탈리는 “환상은 금물”이라면서 “시장에서 프랑스의 국채는 이미 AAA 등급을 잃은 상황”이라고 유럽1 라디오방송에서 평가했다.
프랑스는 내년도 경제성장 목표를 1%로 잡았지만 EU 집행위는 0.6%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긴축안을 살펴보고 나서 재정적자 규모를 더 줄이기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이탈리아와 달리 정부 채무가 대부분 해외에서 조달된 상태여서 그만큼 국제시장의 동향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프랑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금융권이 위기의 정점에 있는 이탈리아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4개 은행이 보유한 이탈리아 국채는 530억유로에 달하는 등 프랑스의 대(對) 이탈리아 익스포저(위험노출)가 2600억유로를 넘는다. 이탈리아 위기에 따른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셈이다.
연임 도전이 확실시되는 사르코지 대통령으로서는 야당인 사회당의 대선후보 프랑수아 올랑드가 현 정부 들어 친기업 반서민 정책으로 채무가 증가했다고 비판하면서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연일 언급하는 것도 부담이다.
최근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타고 있지만 아직은 올랑드 후보가 분명히 앞서 있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프랑스로 전이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재정·채무 위기를 사르코지 대통령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