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 월가 시위대, 때 이른 ‘겨울폭풍’에 비상

입력 2011-10-3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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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도·강한 바람…시위대 텐트 무너져

미국 동북부 지역에 29일(현지시간) 강풍과 폭설을 동반한 때 이른 ‘겨울폭풍’이 들이닥치면서 반 월가 시위대 캠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뉴욕 맨해튼 지역에 강한 바람과 함께 기온이 영하 1도까지 떨어지면서 반월가 시위의 발원지인 주코티 공원에 설치된 텐트의 상당수가 무너졌다.

시위자들은 진눈깨비가 내리자 우비를 입은 채 공원 내 지붕 밑에 모였고 일부는 눈이 쌓여 늘어진 텐트 밑에서 추위를 피했다.

시위자들은 뉴욕 소방 당국이 전일 시위대가 사용하던 프로판 가스통과 휴대용 발전기를 압수하면서 텐트 속에서 침낭과 담요로 추위를 견뎌야 했다.

추운 날씨에 지원자와 구경꾼들의 발걸음도 끊겼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0일 평소 구경꾼과 지지자 수천명으로 북적거렸을 주코티 공원에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됐던 29일 오후부터 한산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겨울폭풍이 닥친 와중에도 공원을 떠나지 않은 시위자들은 끝까지 싸울 뜻을 밝혔다.

뉴욕 반 월가 시위대의 저스틴 스톤-디아즈 대변인은 “앞으로 본격적인 폭설이 시작되면 시위대가 다소 수축하겠지만 우리는 겨울내 여기에 머물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그로트 시위자도 “우리가 이 추위 속에서 살아 남는다면 그 무엇도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에는 이날 시위대가 미 재무부 청사 앞에서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들 시위대는 “은행은 구제받았지만 우리는 파산했다”고 외쳤다.

AP통신은 미국 곳곳에서 반 월가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네시주의 내슈빌 지역에서는 28일 밤 10시 이후 통행금지령이 시행되면서 텐트촌을 떠나길 거부하던 시위자 26명이 체포됐다.

시위자 150여명은 29일 긴급회의를 열어 당국의 통행금지령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는 주 청사 건물에 들어가려던 시위자 20명과 인근공원에 텐트를 설치하려던 15명이 경찰에 체포됐고 샌디에이고에서도 경찰이 시위대의 텐트·천막·테이블 등을 제거한 뒤 시위자 51명을 연행했다.

미국 유명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이날 이번 주 초 시위자 100여명이 체포됐던 오클랜드를 방문해 시청사 앞에 모여있던 시위자 수백명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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