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무성이 29일(현지시간) 공개한 2010년 국세조사 결과에서는 세대간 불균형으로 인한 일본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이 부각됐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 노동력 인구 감소, 가족의 붕괴 양상이 선명해지면서 사회보장제도 개혁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ㆍ고령화=이번 조사 결과 일본의 저출산ㆍ고령화 문제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다.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23.1%였다.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규정한다.
15세 미만 어린이 비율은 13.2%. 고령자 인구와 어린이 인구는 직전 조사 때인 2005년에 이어 각각 세계 최고와 최저를 경신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의 고미네 다카오 연구자문은 “일본의 고령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결과”라고 진단하고, “고령자가 늘수록 차세대에 대한 부담을 앞당기는 경향이 강해진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젊은 세대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 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저출산ㆍ고령화에 대응하는 사회보장제도 개혁은 1989년에 합계특수출생률이 1966년 수준을 밑돈 ‘1.57 쇼크’ 이후 계속돼온 지상 과제.
일본 정부는 20년 넘게 경제와 선거를 이유로 연금ㆍ의료비 지원 삭감과 증세를 수반한다면서 해결을 미뤄왔다.
■노동력 인구 감소=문제는 정부가 대책 마련을 미루는 사이 노동 인구가 계속 줄면서 새로운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국세조사에 따르면 총인구에서 외국인을 뺀 일본인 인구는 지난번 조사보다 3만8000명 적은 1억2569만2000명으로 통계를 시작한 1975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로써 고령자와 어린이를 제한 일본의 노동력 인구는 6240만명으로 5년 만에 300만명이 감소했다. 이는 이바라키현 인구인 296만명과 맞먹는 규모다.
고도 성장기인 1955년 일본의 고령자는 500만명미만으로 현역 세대(15~64세) 11.5명이 1명을 책임지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은 현역 세대 2.8명이 1명의 고령자를 부양해야 하는 처지다.
현역 세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행 제도가 한계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내려지고 있다.
■가족의 붕괴=이번 조사에서는 독신 세대가 ‘부부와 자녀’ 세대를 처음으로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독신 세대는 1588만세대였고 자녀가 있는 부부세대는 1458만세대였다. 독신 세대 비율은 전체의 30%선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가족의 붕괴’ 양상이 선명해진 셈이다.
세대당 인원은 2.46명으로 ‘부부 2명과 자녀 2명’이라는 일본의 표준 가족상도 무너졌다.
원인은 독신 세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65세 이상의 독신 세대가 두드러졌다. 남성은 10명 중 1명꼴, 여성은 5명 중 1명꼴이 독신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지모리 가쓰히코 미즈호종합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혼자 사는 고령자가 늘어난 것은 고령 인구가 늘어난데다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고령자가 많아진 영향”이라면서 “미혼의 중년층이 고령화하면 수발을 요하거나 고립될 가능성이 있는 독신 세대가 더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독신세대가 늘어난 원인으로는 미혼인구 증가가 일조했다. 35~39세의 미혼 남성 비율은 34.6%로 지난번 조사 때보다 8.5%포인트 상승했다. 3명 중 1명이 독신인 셈이다. 30~34세 미혼 여성은 지난번에는 4명당 1명꼴이었지만 이번에는 3명중 1명꼴로 늘었다.
■사회가 가족 역할 대신하는 시대=세대간 불균형으로 인한 폐해로 사회의 역할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일본 도시지역에서는 최근 이웃과 교제가 단절돼 방치되다 죽음에 이르는 ‘고독사’가 잇따르면서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 고령 부부 세대는 546만세대. 가족에 의한 노인 수발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가족의 역할을 정부나 사회 전체가 대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5년에는 전후 세대가 65세에 이르러 노인 인구는 늘고 젊은 인구는 주는 세대간 불균형이 한층 더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일본의 사회보장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2%인 108조엔으로, 2025년에는 GDP의 25%인 151조엔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2010년대 후반에는 재정이 파탄날 것”이라면서도 “이런 경제 상황에서 증세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