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성범죄에 대한 음모론이 제기됐다.
프랑스 차기대선의 유력후보인 칸 총재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되면서 프랑스 정가에 음모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자문역을 지낸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는 성폭행 미수 사건이 발생한 곳이 프랑스 자본이 소유한 '소피텔'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스트로스-칸이 측근의 포르셰 승용차를 타고 있는 사진이 프랑스 언론에 유출된 지 약 1주일 만에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도 '함정'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칸 총재의 최대 약점이 '여자문제'라는 점이 공공연히 알려진 상황에서 칸 총재가 목적이 불분명한 일정 중 성폭행 혐의를 받은 것은 누군가 그의 일정을 알고 덫을 놓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008년 스트로스-칸은 IMF 직원과 추문 및 관련한 권력 남용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IMF 본부가 워싱턴 D.C.에 있고 15일 독일에서 일정이 있는 스트로스-칸이 13일부터 뉴욕 맨해튼 소재 고급 호텔에 투숙한 이유도 의문점이다.
실제로 야당 내 경쟁자들은 여자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스트로스-칸에 대한 공격수위를 높여왔다.
앙리 드랭쿠르 국제협력담당장관도 "포르셰와 같은 고급자동차와 고급 양복 구설수에 이어 아주 짧은 시간에 사건이 또 터졌다는 데 주목한다"고 말했다.
칸 총재는 사회당 소속이지만 정책적으로 중도우파에 가까운 입장을 취해 프랑스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안으로 여겨질 정도여서 무난하게 야권의 간판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내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IMF에 타격을 입히려는 국제적인 음모일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파리지구 광역의원인 미셸 사반은 "스트로스-칸이 여자에 약하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들은 그 약점을 노렸다"고 말했다.
이번 성폭행 미수 사건이 무혐의로 끝난다고 해도 칸 총재가 입을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아탈리는 "그가 함정에 빠졌고 잘못이 없다고 해도 (대권) 후보가 될 수는 없다"며 경선 참여불가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