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인 목사의 코란(이슬람 경전) 소각에 항의하는 시위가 사흘째로 접어든 가운데 사상자가 잇따르고 있다.
아프간 당국은 3일(현지시간) 시위가 남부 도시 칸다하르와 동부의 잘랄라바드 등 3개 지역에서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당국에 따르면 이날 칸다하르는 최소 1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했다.
탈레반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미국과 서방 각국이 코란 소각 행위를 표현의 자유로 이해하고 방관했다"면서 "아프간인들은 이런 반이슬람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북부 마자리샤리프에서는 지난 1일 코란 소각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유엔사무소를 공격해 유엔 직원 등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음날인 2일에는 수도 카불 외곽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기지 인근에서는 자살폭탄 테러로 9명이 사망하는 등 이번 시위로 지금까지 20여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사망자들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미국과 유엔이 이번 사건의 불씨를 제공한 미국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의 테리 존스 목사를 재판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존스 목사는 2일 자신의 행위에 대한 뉘우침 없이 앞으로도 반이슬람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적은 이슬람의 급진주의 성향을 인식시키려는 것"이라면서 "예정대로 오는 22일 미시간주 디어본에 위치한 미국 최대 이슬람 사원앞에서 시위를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코란이 폭력을 부채질한다고 주장해오던 존스 목사는 지난달 20일 코란에 대한 모의재판을 벌여 이를 불태웠다.
이 사건은 당시 미디어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했으나 인터넷 동영상이 이슬람권에 계속 유포돼 분노를 촉발시켰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코란을 포함해 어떤 경전이라도 모독하는 것은 극단적 불관용과 편견에서 비롯된 소행"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무고한 사람들을 공격하고 죽이는 것도 언어도단"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존스 목사가 이슬람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코란을 훼손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미국법 내에서 허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