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목사의 코란(이슬람 경전) 소각으로 촉발된 아프가니스탄 무슬림의 항의시위가 격화해 이틀간 2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간 경찰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 외곽의 나토군 기지 인근에서는 2일(현지시간) 여성으로 변장한 남성 두 명이 코란 소각에 항의하며 자살 폭탄공격을 감행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군 기지 진입을 시도하던 시위대 가운데 한 명도 총상을 입고 숨졌다.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중심가에서도 무슬림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머리 위로 코란을 치켜들고 "미국에 죽음을, 카르자이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칸다하르주 주지사 대변인은 이날 시위가 격화하면서 9명이 사망하고 81명이 부상했으며 무장한 시위 참가자 등 17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전일에도 코란 소각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북부 마자리샤리프의 유엔사무소를 공격해 유엔 직원 등 12명이 사망할 것을 포함하면 이번 시위로 촉발된 사망자는 20여명으로 확대된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사망자들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미국과 유엔이 이번 사건의 불씨를 제공한 미국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의 테리 존스 목사를 재판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작 존스 목사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뉘우침 없이 앞으로도 반이슬람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스 목사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적은 이슬람의 급진주의 성향을 인식시키려는 것"이라면서 "예정대로 오는 22일 미시간주 디어본에 위치한 미국 최대 이슬람 사원앞에서 시위를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코란이 폭력을 부채질한다고 주장해오던 그는 지난달 20일 코란에 대한 모의재판을 벌여 이를 불태웠다.
이 사건은 당시 미디어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했으나 인터넷 동영상이 이슬람권에 계속 유포돼 분노를 촉발시켰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코란을 포함해 어떤 경전이라도 모독하는 것은 극단적 불관용과 편견에서 비롯된 소행"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무고한 사람들을 공격하고 죽이는 것도 언어도단"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존스 목사가 이슬람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코란을 훼손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미국법 내에서 허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