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일본에서 불거진 글로벌 환율전쟁이 기축통화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달러 자리를 노리는 위안화의 급부상과 함께 엔과 유로의 시장 장악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3회에 걸쳐 글로벌 기축통화 시장을 분석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위상 떨어진 달러...그래도 안전자산
② 위안화 대세 시대 오나
③ 위태로운 엔·유로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선언한 이후 국제외환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기축통화 지위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위안화의 무역결제와 위안화 표시 채권의 홍콩시장 유통 등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하면서 위안화의 해외 시장 하루 거래량은 현재 4억달러(약 4600억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국 정부는 홍콩에서 해외시장 중 처음으로 개인과 은행에 대해 위안화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 위안화 무역결제를 이용하는 기업은 7만개 수준으로 뛰었다.
스탠다드차터드는 전체 무역결제에서 1% 수준인 위안화 비중이 향후 수년 안에 20~3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위안화는 특히 신흥국 시장에서 환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HSBC에 따르면 신흥국과 중국의 위안화 무역 결제액이 3~5년 안에 2조달러 수준으로 급증하게 된다.
원자재를 수출하고 중국으로부터는 완제품을 많이 수입하는 신흥국들이 위안화를 사용할 경우 환전 비용을 절약하는 등 달러 거래보다 이득이 많기 때문.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해 러시아를 방문했을 당시, 양국은 상호 무역에서 달러화가 아닌 러시아 루블화와 중국 위안화 사용을 늘리기로 합의해 중국의 위안화 기축통화화 야망에 힘을 실어줬다.
중국은 현재 8개 국가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고 위안화 무역결제 허용 국가도 계속 늘리고 있다.
세계 최대 중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러와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체인 맥도날드가 홍콩 발행 위안화 표시 채권인 딤섬본드를 발행하는 등 채권시장에서 위안화 인기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중화권 최고 억만장자인 리카싱 허치슨 왐포아·청쿵실업 회장은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홍콩증시 첫 위안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리카싱 회장은 중국 베이징의 대형 쇼핑물 오리엔탈 플라자의 부동산투자신탁펀드(REIT) 자회사의 IPO를 위안화로 하겠다고 밝혔으며 현재 중국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뉴욕과 도쿄, 런던 등 세계 주요 금융시장이 위안화 해외거래를 위한 새 매매시스템 도입을 서두르는 등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의 노먼 챈 총재는 “위안화의 새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전세계 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비랄 하페즈 투자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해외 위안화 시장 창출 시도는 가장 중대한 제도적 변화”라며 “중국이 오는 2015년 안에 해외 위안화 거래를 완전 자유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6000억달러 규모 2차 양적완화를 단행하면서 달러를 무분별하게 찍어내는 것도 달러화 가치의 급격한 변동을 가져와 위안화 등 기축통화 다극화 논쟁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WB) 총재는 지난해 11월 “기축통화 체제를 현재의 달러 단일 체제에서 달러와 유로, 엔과 파운드, 위안화 등 5개 통화체제로 다극화하고 금과 태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기축통화 논쟁에 불을 붙였다.
러시아, 브라질과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는 물론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프랑스도 기축통화 다극화 체제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위안화의 기축통화 지위 확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