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쯤 달려 시내를 빠져나오자 차량이 한결 줄어들었다. 다시 1시간을 이동해 교외로 빠져 나와 찔레곤에 다다른다. 거칠게 포장된 도로를 다시 한참 달려 크라타카우 공단에 들어서자 크라카타우스틸 계열의 선재공장과 강관(파이프)공장들이 잇달아 모습을 드러낸다.
공단을 벗어나니 연간 240만t급 규모의 크라카타우스틸의 DRI(직접환원철)공장이 기자단을 맞는다. 합작제철소는 그 옆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원료들을 뒤로 하니 열대의 논밭 사이로 착공 행사장이 눈에 들어온다.
행사장 주위에는 색색의 깃발이 꽂혀있고 하늘에는 ‘크라카타우 포스코’의 글자가 선명한 흰색 애드벌룬이 떠 있다. 황량한 공터 위에 행사용 대형 천막만 설치돼 있지만 인근 주민들이 몰려 나와 행사장 주변에 삼삼오오 앉아 있다. 하나 같이 호기심과 기대에 찬 얼굴들이다.
이번에 조성되는 합작 제철소는 총 396만㎡의 부지에 연간 300만t의 슬래브(반제품)과 후판을 생산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원자재는 원료만 492만t, 석탄 232만t, 부원료 132만t에 이른다.
부지 조성에 이어 제철소 건설을 위한 본 공사는 흙 1600만㎡, 콘크리트 96만㎡, 금속구조물 30만t이 소요되는 대공사다.
행사에 앞서 포스코 측 인사들이 입장한다. 정준양 회장을 필두로 최종태 사장, 박한용 부사장, 오창관 부사장, 김진일 부사장, 권영태 부사장, 김상영 부사장 등 포스코 핵심 임원들이 총출동했다. 포스코가 이번 합작 제철소사업에 얼마나 큰 기대를 갖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대목이다.
짧은 홍보 영상과 함께 시작된 행사는 인도네시아 전통 공연으로 고조됐다. 힘찬 북소리와 함께 무대를 수놓은 무희들의 춤은 행사장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이날 행사에는 정준양 회장과 파즈와르 부장(Pazwar Bujang) 크라카타우스틸 사장이 기념사를 위해 나섰다. 부장 크라카타우 사장은 기념사에 앞서 한국어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해 한국 측 관계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부장 사장은 이번 합작 사업에 대해 “양국 간의 우정을 담아 감사를 전한다”며 “크라카타우 이사회와 임직원을 대표해 이번 합작 사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인 바틱을 입고 나왔다. 그가 참석자들에게 “잘 어울립니까?”라고 묻자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정 회장은 합작 제철소를 계기로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신뢰와 존경을 받는 크라카타우 포스코가 될 것을 다짐하고 “제철소 건설이 실패하면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겠다는 우향우 정신이 지금도 포스코인의 혈류에 흐르고 있다”며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귀빈들이 착공을 위한 발파 버튼을 누르고 첫 삽을 뜨면서 행사는 절정에 이르렀다. 정준양 회장은 행사에 참석한 승은호 코린도 회장, 김호영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 가마완 파우지 인도네시아 내무장관, 마르주키 알리 인도네시아 국회의장, 무스타파 아부 바카르 인도네시아 국영기업부 장관, 파즈와부 부장 크라카타우스틸 사장 등과 함께 착공 버튼을 누르고 공사 시작을 알리는 첫 삽을 떴다. 포스코의 첫 해외 일관제철소이자 동남아시아 최초의 고로방식 제철소의 첫 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회색빛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 남국의 더위를 씻고 열대 초목의 녹음을 더하는 빗줄기. 포스코의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프로젝트가 이제 막 싹을 틔운 인도네시아 산업에 단비가 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