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M&A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에너지업종을 중심으로 주요기업의 인수·합병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들어 글로벌 M&A는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3회에 걸쳐 글로벌 M&A 시장을 분석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업종 불문 글로벌 M&A시장 '요동'
② '배고픈 용' 주식회사 중국의 야욕
③ 글로벌 M&A 시장 "지금이 최적기"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와 빠른 경제발전을 무기로 중국 기업들이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조사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중국 전체 해외 M&A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99건에 달했다.
M&A 규모도 커졌다. 올해 상반기 M&A 금액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넘은 거래는 전년의 3개에서 7개로 늘어났다.
전체 M&A 건수 중 14개가 자원 부문이어서 중국의 자원확보에 대한 열망을 나타냈다고 프라이스워터쿠퍼스는 전했다.
중국 최대 석유업체 시노펙이 미 3위 석유업체 코노코필립스가 보유한 세계 최대 오일샌드업체 신크루드의 지분 9%를 46억5000만달러에 인수했고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미국 펜웨스트에너지에 12억달러를 투자했다.
세계 3위 광산업체 리오틴토의 최대 주주인 중국알루미늄공사(치날코)는 지난달 29일 리오틴토의 기니 광산 지분 44.65%를 13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지난 2004년까지만 해도 전세계 자원기업 M&A의 1%도 못 미치는 소수자였지만 지난해 해외 자원기업 인수에 무려 130억달러를 쏟아부어 전 세계 자원기업 M&A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4년 중국의 해외 자원기업 M&A 규모가 1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자원기업 M&A에 혈안이 된 이유는 빠른 경제발전으로 자원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중국의 지난해 에너지 소비량이 석유 환산 시 22억5200만t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으로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석유로 환산할 경우 21억3200만t으로 미국 소비량인 21억7000만t에 못 미친다고 반박했다.
중국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10년전만 해도 미국의 절반 수준이었던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이 빠르게 급증해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오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파티 비롤 IE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미국을 누르고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으로 떠올랐다는 사실은 에너지 역사의 새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언급했다.
석유를 제외한 다른 자원에서도 중국의 수요는 엄청나다. 중국은 전 세계 철광석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고 알루미늄과 석탄은 세계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자원부문뿐 아니라 제조업 및 서비스업 등 다른 분야에서도 중국의 M&A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리차는 지난 2일 미 포드로부터 스웨덴 볼보를 인수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인수금액은 15억달러로 중국 자동차산업 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의 지난해 일본기업 M&A 건수는 26건인데 올해 상반기에 벌써 지난해 기록에 육박한 22건의 M&A를 달성했다.
영역도 의류업, 스포츠 및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하다. 신사복 브랜드 ‘다반’으로 유명한 일본 의류업체 레나운의 지분 41%를 섬유업체 산둥루이그룹이 인수했고 중국 2개업체가 출자해 설립한 마리온홀딩스는 스포츠 전문기업 혼마골프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대형 가전유통업체 쑤닝전기가 일본 전기회사 라옥스의 지분 27%를 인수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랴오닝첨단에너지는 태양전지 소재업체인 에바테크를 지난 2월 45억엔에 인수했고 중신그룹은 화학업체인 히가시야마필름을 사들였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전자 상거래 소프트웨어업체 벤디오 서비스를 사들여 미국 기업을 처음으로 인수하게 됐다.
중국업체 간의 M&A도 활발하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는 올해 상반기 중국 현지 M&A가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난 1884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차이나모바일이 58억달러에 상하이 푸둥개발은행 지분 20%를 매입해 올해 현지 M&A 최고기록을 수립했다.
정부의 과잉생산을 방지하고 효율화를 높이기 위한 산업재편 계획도 M&A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톈진시에 기반을 둔 철강업체 4곳은 합병을 통해 톈진보하이 철강그룹으로 새출발하면서 중국 10대 철강그룹 중 하나로 발돋음했다.
합병을 통해 허베이 철강은 생산량 기준 중국 최대 철강업체로 부상했고 중국 8위 철강업체 쇼우강그룹은 중국 북동부지역 최대 철강업체인 퉁화철강을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