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집수리‧순찰까지…지역의 ‘관리사무소’ 역할
직원들도 지역 주민…‘생활밀착형 서비스’ 제공해
조용하던 집안이 밝은 인사말과 함께 활기를 띤다. 15일 서울 은평구 산골마을에 홀로 사는 한 할머니 집을 찾은 모아센터 매니저들은 마치 자기 집을 찾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집안 곳곳을 청소했다. 청소는 물론 설거지 상태, 빨랫감 등 온 집안을 살펴보고 어르신과 짧은 대화를 나눈 뒤 집을 빠져나왔다.
은평구는 지역주민들의 주거 만족도를 높이고자 마을관리 사무소인 ‘모아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 1월 산골마을, 산새마을 설립을 시작으로 향림마을, 수리마을 등 총 4곳의 모아센터를 운영 중이다.
모아센터는 해당 지역의 독거노인, 고령자, 중증 장애인 등 주거 취약계층의 생활을 돕는다. △취약계층 생활환경 개선(간단 집수리, 노후 멀티탭 교체) △생활편의 제공(무인택배함 운영, 폐건전지·폐의약품 수거) △지역 구석구석 안전관리(골목길 야간 안심 순찰, 상습 재해 지역 순찰 및 예방조치) △마을 환경 정비(무단투기 쓰레기 청소 등) 등 서비스도 다양하다. 집수리 등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에도 대부분 모아센터의 재원을 활용한다.
모아센터가 설치된 지역 대부분이 경사가 가파른 고지대에 저층 주택이 밀집해 있는 만큼 어르신들을 위해 온갖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세탁물을 맡기고 되찾아오는 것은 물론 장을 본 경우 짐을 들어드리는 등 반드시 필요하지만 누군가에겐 어려운 일을 도와주는 것이다.
원영미 산골마을 총괄매니저는 “한 어르신이 아파트 관리 사무실 이상으로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해주셨던 게 기억이 난다”며 “어르신들이 고맙다는 말을 해주실 때 뿌듯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역 어르신들을 돕는 모아센터의 매니저들도 모두 가까운 동네 주민들이다. 지역주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모아센터의 서비스를 가장 생활에 가까운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이날 동행한 원 총괄매니저, 이지연 매니저는 각각 10년, 30년 이상 인근에 거주한 은평구민이다. 센터에 근무하는 매니저 모두 동네 주민들로 꾸려진 덕분에 모아센터는 매주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사실상 어르신들의 낮과 밤을 모두 책임지는 셈이다.
이 매니저는 “저희가 모두 동네 주민이다 보니 어르신들하고 친하기도 하고, 어르신들이 필요한 것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서 어르신들께 도움을 더욱 잘 드릴 수 있다”며 “댁을 방문할 때 어르신들이 스스럼없이 대해주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만큼 지역 주민의 필요에 따른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날 방문했던 산골마을은 경사가 가파른 고지대에 위치하는 것은 물론 길이 좁고 어두워 어르신들에게 위험한 환경이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골목 계단에 하얀색 페인트를 칠해 시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은평구는 이달부터 모아센터를 통해 ‘노후 멀티탭 교체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겨울철을 앞두고 전기화재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노후화된 멀티탭을 제거 후 난연성 재질의 안전 멀티탭으로 무상 교체해주고 있다.
은평구 관계자는 “모아센터는 3분기 기준 서비스 제공 목표치를 초과 달성할 정도로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며 “센터별로도 지역 특성에 맞춰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