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끌려가 특수염색 특허 포기한 발명가…法 “국가, 유족에 7억 배상하라”

입력 2024-08-25 11:18 수정 2024-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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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투데이DB)
▲법원 (이투데이DB)
박정희 정권 시절 염색기술 특허권을 뺏긴 발명가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이세라 부장판사)는 직물 특수염색 기법인 ‘홀치기’를 발명한 고(故) 신모 씨의 자녀 2명에게 국가가 총 7억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연이자까지 합치면 신 씨 자녀들이 받을 돈은 총 23억6000만 원이다.

신 씨는 1969년 당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이른바 ‘홀치기’라는 직물 특수염색 기법에 대한 특허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후 일부 업체들이 이 기술을 모방했고, 1972년 5월 신 씨는 이들 업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해 5억2000만 원을 배상받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항소심을 준비하던 중 신 씨는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남산 분실로 끌려가 구금됐고 “소송을 취하하고 특허권을 포기한다”는 자필 각서를 쓰도록 강요받았다. 이에 재판부는 소 취하를 이유로 소송을 종결했다.

신 씨는 2006년 11월 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으나 각하됐고 2015년 세상을 떠났다. 이후 유족이 지난해 2월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입수한 내부 문건에서 중앙정보부가 당시 신 씨의 특허권 포기를 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조직적 관여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 씨 자년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신 씨는 불법 감금돼 심리적, 육체적 가혹행위를 당해 자신의 의사에 반해 소 취하서에 날인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회복하기 어려운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신 씨는 자녀가 재차 진실규명을 신청하기 전에 사망해 생전에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좌절됐다”며 “공무원에 의해 조직적이고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일어날 경우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상액은 신 씨가 1972년 소송에서 이겨 받기로 한 5억2000만 원과 지연이자,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등을 감안해 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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