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증 아토피 치료제 시장에 일라이릴리의 신약이 등장하면서 외국계 제약사의 3파전이 예고됐다. 일찍이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마친 경쟁 약물들이 선점한 시장에 지각 변동이 나타날지 주목된다.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라이릴리가 후발 주자로 국내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한국 법인인 한국릴리는 이달 5일 인터루킨-13(IL-13) 억제 기전의 ‘엡글리스(성분명 레브리키주맙)’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 한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엡글리스의 적응증은 성인 및 청소년 대상 중등도-중증 아토피 피부염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경구투여제와 생물학적 제제인 주사제를 사용하고 있다. 엡글리스는 주사제로,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IL-13을 차단해 염증을 조절하는 원리다.
국내에는 엡글리스와 동일한 기전의 주사제로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듀피젠트(두필루맙)’가 2018년, 레오파마의 ‘아트랄자(트랄로키누맙)’가 2023년 각각 식약처 승인을 받고 시장에 출시됐다. 또한 듀피젠트와 아트랄자는 모두 건강보험 급여 등재도 마친 상태다.
특히 듀피젠트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 이외에도 아토피 피부염, 천식,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비부비동염, 결절성 가려움 발진 등 다수의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다. 활용 범위와 환자들의 접근성 측면에서도 엡글리스를 한참 앞서는 셈이다.
엡글리스는 출시에 앞서 적응증을 확장해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한국릴리는 9일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비부비동염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엡글리스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고려대 구로병원, 서울대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 10곳이 실시기관으로 등록됐다.
다만 만성 비부비동염 치료제 시장 역시 선발 주자가 있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듀피젠트 이외에도 노바티스의 생물학적 제제 졸레어(성분명 오말리주맙)가 해당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졸레어는 2007년 식약처 허가를 획득한 생물학적 제제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체내 항체 면역글로불린 E(IgE)를 억제하는 기전이다.
건강보험 급여 등재도 엡글리스 출시를 위한 선결과제로 꼽힌다. 아트랄자의 경우 2023년 8월 식약처 허가를 획득한 이후 약 9개월 만인 올해 5월 1일부터 급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엡글리스의 약가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내년 상반기 중으로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 업계 전문가는 “해외 제약사의 경우 신약 허가를 받고도 시장 상황에 따라 출시를 미루거나 아예 추진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급여 등재가 확정된 이후에 출시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라며 “동일한 기전의 치료제가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점유율에 두드러지는 변화가 생길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