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입는 터프가이’ 이정한 여경협회장 “저출산 해답, 여성 기업 육성” [CEO탐구생활]

입력 2024-07-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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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7-14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바지 입는 터프가이. 여성 기업 맏언니”

▲이정한 여성경제인협회장
▲이정한 여성경제인협회장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을 표현하는 수식어다. 이 회장은 여성이 드문 금속업계에서 30년 넘게 일한 베테랑이다. 현장을 중요시하는 이 회장은 언제든 현장을 뛰어들겠다는 자세로 치마 대신 바지를 입는다. 오로지 기업가 정신으로만 가득해야만 한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그는 오늘날의 ‘바지 입는 터프가이’로 불린다.

저출산 문제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다. ‘국가적 재앙’이라고 할 만큼 풀기 힘든 숙제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은 주거문제, 사교육비 등도 있지만 ‘출산 육아 환경’과 ‘여성의 경력 단절’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생긴 지 오래됐고, 저출산 극복을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정한 회장이 저출산 문제 해결 방법의 하나로 ‘여성기업 육성’을 꺼내 들었다. 이 회장은 “현재 우리 사회가 최우선 과제로 안고 있는 저성장, 저출산, 일자리 창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가 바로 여성기업 육성”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저출산 문제 중 하나가 여성의 경제활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아직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실제 한국은행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1% 증가 시 출산율이 0.3~0.4% 증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며 “결국 여성기업이 더 많아지고, 더 커질수록, 여성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나고, 이것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 등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와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경제 발전과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 문제 해결 모두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여성기업 육성을 위해 국가 차원의 더 많은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성 기업인이 살아가는 한국 사회, 선입견 여전”

이 회장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선입견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거래 전부터 무시당했다”며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상대방이 ‘아줌마 말고 기술자 보내세요’라고 말했다”고 힘든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20~30대 젊은 여자가 거친 금속가공업을 한다는 것이 약점이 될까 싶어 모자를 푹 눌러쓰고, 투박한 작업복을 걸친 채 나이를 20살 이상 더 위로 속여 말하곤 했었다”며 “그런데도 당시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거래처에서 타사제품 오류를 우리 회사로 누명을 씌우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때 제품 밑에 기어들어가 우리 회사 로고가 없다는 걸 증명하고 누명을 벗었다”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오해받고 차별받은 적이 있어서 이제는 더는 치마를 입지 않는다. 그 이후부터 바지 입는 터프가이로 불린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런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동등한 입장에서 실력으로만 부딪히며 ‘신용’을 지킬 줄 아는 기업가가 돼야 했다고 강조했다.

“여성 ‘롤모델’ 만들어야…협회 회원 수 1만명 목표”

이정한 회장은 금속자재 가공ㆍ유통 중소기업 비와이인더스트리를 이끄는 대표다. 2022년 국내 최초의 법정 여성 경제단체인 여경협회장에 당선됐다. 이 회장이 여경협을 2년째 이끄는 현재, 여성이 대표인 기업은 국내 314만 개에 달한다. 이 회장은 여성 롤모델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회장은 취임 후 여성 기업인을 육성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 회장은 취임하자 마자 첫 번째 행보로 여성 기업을 찾았다. 이후에도 1년에 50곳 이상의 현장을 탐방하며 여성 기업인의 애로사항ㆍ실질적 문제 등 의견 청취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여성 기업이 가장 애로사항으로 꼽았던 마케팅ㆍ홍보가 부족하다는 걸 듣고, 판로를 열어 주기 위해 직접 홍보인이 되기도 했다. 그 결과 쿠팡과 협약을 맺었고, 기업 탐방 후 쿠팡에 입점 시킨 기업만 100곳이 훌쩍 넘는다.

이 회장의 임기 동안 협회의 18, 19번째 지회로 남서울지회와 세종지회가 새롭게 설립돼 정회원 수도 대폭 늘었다. 임기 초 협회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신설한 ‘일반회원제도’의 반응도 정말 좋았다고 했다. 그 결과 임기 초 2022년 1월 기준 협회 회원 수는 2700명대였지만 현재 3배 이상 증가한 9200명을 넘어섰다. 그는 임기 끝날 때까지 1만 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여성기업주간은 ‘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기회를 여는 K-여성기업’이란 주제로 진행됐다. 여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23 여성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여성기업의 매출액 대비 수출액 비중은 2.6%이며, 수출 경험이 있는 여성기업은 1.9%로 굉장히 미비한 수준이다.

이 회장은 “우리는 이번 주간 행사를 통해 많은 여성기업에 해외 진출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동기부여를 주고, 수출 확대와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한 희망과 도약의 장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며 “이를 위해 글로벌 진출 역량 강화 및 해외 수출 확대 관련 각종 정책 토론회, 포럼, 상담회,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을 개최했고, 7월 말까지 한 달 동안 전국 19개를 중심으로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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