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지폐라고 생각”
일본은행(BOJ)이 3일 새 지폐를 발행하기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새로 발행되는 1만 엔 지폐에 새겨질 인물에는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선정됐다. 일본에서 지폐 도안은 20년 만에 새롭게 바뀌었지만, 가장 큰 단위의 화폐인 1만 엔 지폐의 ‘얼굴’이 바뀌는 것은 1984년 쇼토쿠 태자에서 후쿠자와 유키치로 바뀐 이후 40년 만이다.
새 5000엔 지폐에는 1900년 쓰다주쿠대학교를 설립하는 등 근대 여성 고등교육에 힘쓴 쓰다 우메코가 새겨졌다. 새로운 1000엔 지폐에는 기타사토 시바사부로를 채택했다. 일본의 ‘근대 의학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으며, 전염병 예방과 세균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새 지폐에 그려진 세 사람 모두 메이지 시대에 활약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발행을 시작하면서 “오늘 1조6000억 엔의 새로운 지폐를 발행한다”면서 “현금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으로 앞으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일본은행 본점을 방문해 우에도 총재와 함께 새 지폐 발행 상황을 살폈다. 가나자와 도시오 일본은행 발권 국장은 기시다 총리에게 발권 구조를 설명했고, 총리는 “시대에 맞는 지폐라고 생각한다”며 “새 지폐가 국민에게 친숙해져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지폐 개편은 2004년 이후 20년 만이다. 일본은 지폐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약 20년 주기로 화폐를 개정해 왔다. 국립인쇄국은 내년 3월 말까지 총 74억8000만 장의 새 지폐를 준비할 예정이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의 비축량은 52억 장 정도였다. 지난번 개정에서는 1년 정도에 대략 60%가 교체됐다.
닛케이는 현금 없는 결제가 성행하면서 현금 강국인 일본도 지폐의 사용 빈도가 낮아졌다며 현금을 보유하거나 준비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새로운 지폐의 등장으로 현금 없는 시대의 현금 모습에 한 획을 긋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1만 엔권 지폐에 들어가는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경성전기 사장을 맡으며 경제 침탈에 앞장선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한제국 시절 주권 침탈을 위해 한반도에서 첫 근대적 지폐 발행을 주도하고 지폐 속 주인공으로 등장해 한국에 모욕을 줬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번 1만엔 권 인물은 2019년 아베 정권에서 결정한 것인데, 이를 바로잡지 않고 그대로 발행하는 기시다 정권의 문제가 크다”며 “역사를 수정하려는 전형적인 꼼수 전략”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