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NH) 치료제 옵션이 다양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개발한 신약이 속속 국내 출시를 시도하고 있어서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의약품 당국의 적극적인 검토 대상인 만큼, 신약들의 신속한 국내 시장 진입이 예상된다.
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의 ‘보이데야(성분명 다니코판)’, 노바티스의 ‘파발타(성분명 입타코판)’ 등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보이데야와 파발타는 경구투여 제형의 PNH 치료 신약이다.
PNH는 혈액 속 적혈구가 파괴돼 내부의 헤모글로빈이 유출되는 ‘용혈’ 현상이 나타나는 중증 혈액질환이다. 헤모글로빈이 소변에 섞여 나오는 증상으로 인해 ‘발작성 야간헤모글로빈뇨’라고도 불린다. 환자들은 주로 밤에 검은색 소변을 보게 되며 빈혈, 복통, 뇌졸중과 같은 혈전으로 인한 합병증이 동반된다. 골수 내 조혈모세포의 ‘PIG-A’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글로벌 PNH 치료제 시장의 강자로 꼽힌다. 정맥투여 제형의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와 ‘울토미리스(성분명 라불리주맙)’ 등을 보유하고 있다. 솔리리스는 국내에서 4월부터 ‘시신경 척수염 범주 질환(NMOSD)’ 적응증으로도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 받기 시작했다.
보이데야가 허가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PNH 치료제 시장에서 입지를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치료제는 모두 정맥투여제로, 경구투여제가 등장하면 투약 편의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의료현장 수요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보이데야는 지난해 7월 식약처의 제9호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에 지정됐다. GIFT 대상 품목에 지정되면 일반심사 시 소요되는 기간의 최대 75%까지 단축할 수 있다.
노바티스의 파발타 역시 빠른 국내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GIFT 대상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파발타는 경구투여제 최초로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보이데야의 FDA 허가가 올해 4월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제적으로 미국 시장에 발을 들인 셈이다.
노바티스는 파발타 적응증 확장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면역글로불린A 신증(IgAN) 환자 대상 임상 3상에서 단백뇨 증상을 38.3% 감소시키는 효과를 담은 중간분석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또 C3사구체병증 3상에서는 단백뇨 증상을 35.1% 감소시켜 신장질환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 PNH 환자 수는 2만 명 미만이거나, 유병인구를 파악할 수 없는 법정 희귀질환으로 관리·지원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발간한 희귀질환자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국내에서 남성 27명, 여성 20명 등 총 47명의 환자가 신규 등록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정맥투여 제형의 치료제가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 받고 있고, 국내외 기업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라며 “경구투여제의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선 허가 이후 급여 등재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