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A(61) 씨는 최근 얼굴 한쪽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전기에 감전된 듯 찌릿하고 예리한 통증이 지속됐고 수면은 물론 식사할 때도 불편함을 느꼈다. 병원을 찾은 A 씨는 의료진으로부터 삼차신경통 진단을 받았다.
삼차신경은 12개의 뇌신경 가운데 다섯 번째 뇌신경이다. 눈신경과 위턱신경, 아래턱신경 등 모두 세 분지로 나뉜다. 감각신경의 역할을 하며, 세 분지가 통각과 촉각 등 얼굴 감각의 3분의 1씩을 담당한다. 삼차신경의 이름은 신경이 세 분지로 갈라지는 데서 생겨났다.
삼차신경통은 이들 분지 가운데 1개 이상의 분지를 따라 극심한 통증이 수반하는 것을 말한다. 오랜시간 혈관 등에 의해 삼차신경이 압박을 받게 될 때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통증이 발생한다.
국내 삼차신경통 환자 수는 최근 5년간 5만 명 선에서 소폭 증가했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 세분류(4단 상병) 통계를 보면 삼차신경통 진료인원(입원·외래)은 2018년 5만3280명에서 2019년 5만5654명으로 늘었다. 이어 코로나19가 시작됐던 2020년 5만3673명으로 줄었다. 이어 2021년 5만9156명, 2022년 5만9074명으로 집계됐다.
삼차신경통은 여성 환자 수가 남성보다 많고, 연령별로는 60대에서 가장 환자 수가 많았다. 실제로 심사평가원 통계에서 ‘삼차신경통 성별·연령 10세 구간별 현황’을 보면 2022년 기준 여성 환자는 4만1002명, 남성은 1만8072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약 2.3배 많았다. 연령 구간에서 남성은 60대 4179명, 이어 50대가 3375명 순이었고, 여성은 60대 1만266명, 50대 8525명 순으로 환자 수가 많았다
김명지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얼굴 한쪽에 전기에 감전된 듯한 찌릿함, 가만히 있다가 놀랄 정도의 예리한 고통이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이 삼차신경통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치통과 증상이 비슷해 치과를 찾는 경우도 있지만, 삼차신경통과 치통은 전혀 다른 증상이다. 통증이 일어나는 부위가 비슷해 착각할 수 있지만 치통의 경우 잠을 잘 때 고통이 심하고 간헐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삼차신경통은 수 초에서 수 분에 걸쳐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치과 치료를 받아도 통증이 지속된다.
삼차신경통의 치료는 크게 약물 요법과 시술, 수술로 구분된다. 약물을 통해 초기 치료에 나서고, 고주파 삼차신경근 절단술, 풍선 압박술 등 시술적 요법이 시행될 수 있다. 강한 방사선을 삼차신경에 조사하는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도 있다.
삼차신경통의 주 치료법으로 알려진 건 미세혈관 감압술이다. 귀 뒤쪽의 피부를 동전 500원 크기로 절개하고 테플론이라는 특수 스폰지를 이용해 삼차신경과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혈관을 분리시키는 수술법이다.
김명지 교수는 “삼차신경통은 극심한 고통이 수반 돼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질병”이라며 “무엇보다 뇌신경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특수 MRI를 통해 치통 등과 구분할 수 있는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조언다. 이어 김 교수는 “치료법에 따라 장단점이 있는 만큼 통증이 지속된다면 하루빨리 병원을 찾아 근본적인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야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