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수급을 위해 수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병해충 유입과 같은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 당장은 수입이 어렵고, 충분한 검역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식물방역법에 따라 8단계로 이뤄진 과실류 등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185개국이 가입한 국제식물보호 협약(IPPC)에 따라 국제 규범으로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수입 촉구 요구가 있어도 이 단계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할 수 없고, 다른 과일의 위험관리 방안을 대신 적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단계가 길어 수입위험분석 절차의 기간도 길어진다. 평균 8.1년이 걸리고 가장 빨리 진행한 중국산 체리 수입의 경우 3.7년이 걸렸다. 수출에 걸리는 기간도 비슷하다. 수출 검역협상은 평균 7.8년이 걸렸고, 가장 긴 경우인 뉴질랜드 감귤 수출에는 23년이 걸리기도 했다.
관심이 모아지는 사과는 현재 11개국과 검역 협상이 진행 중이다. 가장 진전이 이뤄진 곳은 일본으로 1992년 시작해 8단계 중 5단계 수입 위험분석 절차에 이르렀다. 하지만 분석 과정에서 특정 병해충에 대한 위험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평가돼 정부는 2015년 사과 대신 배부터 수입 위험분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외 미국은 1993년 시작해 2단계, 2008년 신청한 뉴질랜드와 2016년 시작한 독일은 3단계 수준이다. 가장 먼저 검역 협상을 시작한 호주는 1989년 신청했지만 1단계를 벗어나지 못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중국, 브라질,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도 모두 1단계에 머물러 있다.
검역협상이 오래 걸리는 이유에 대해 농식품부는 외래 병해충 유입을 막기 위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병해충이 유입되면 농가 피해는 물론 농산물 물가 상승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의 경우 과실파리류, 잎말이나방류 등의 국내 유입이 우려되고, 국내 유입 시 주요 수출 농산물인 파프리카, 배, 딸기, 포도, 감귤, 단감 등의 수출도 전면 중단된다.
국내 병해충 유입 사례로는 불법 묘목 유통으로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5년 미국에서 들여온 묘목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지금까지 손실 보상액은 247억 원에 달한다. 방제 비용은 365억 원이 들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외래 병해충 유입 시 농산물의 생산량 감소, 상품성 저하, 타 작물로 피해 확산, 방제 비용 증가 등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며 "농산물의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