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홀딩스 자회사 넥스트앤바이오가 자체 개발한 오가노이드 플랫폼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암 환자에게 잘 맞는 치료 약물을 선정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연구를 계획 중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넥스트앤바이오는 김재환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과 함께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약물 선정 플랫폼의 효능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오가노이드는 인체에서 직접 추출한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유사 장기다. 현재 국내·외에서 오가노이드 도입과 관련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 단계에서만 쓰일 뿐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넥스트앤바이오와 김 교수팀이 함께 진행하는 이번 임상은 췌장암 치료제를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에서 먼저 검사한 뒤 그중에서 각 환자에게서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하는 약제를 환자에게 치료해 효과를 살펴보는 것이다. 넥스트앤바이오는 환자의 암 조직 세포에서 극소량의 세포를 채취해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김 교수팀이 이를 활용해 항암제별 민감도를 확인한다.
넥스트앤바이오의 오가노이드 기술은 지난해 7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으로부터 혁신의료기술로 지정됐다. 혁신의료기술은 특정 플랫폼의 조기 시장 진입을 위해 마련한 제도로, 혁신의료기술로 선정되면 보건복지부의 고시 등을 거쳐 임상에서 선별 급여 또는 비급여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오가노이드가 임상에 적용되는 사례가 많지 않다”면서 “아직 근거는 부족하지만, 환자의 조직으로 오가노이드를 제작해 약물 반응 테스트를 해보고자 한다. 환자별로 잘 맞는 약물이 다를 수 있어서 이를 확인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암 환자에게 쓰이는 약물을 정하기 위해선 과거 치료에 대한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치료법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통용되는 치료법이 두 개 이상일 경우 어떤 치료법이 더 효과적일지를 오가노이드를 통해 확인해볼 계획이다.
목표로 하는 암종이 췌장암이다 보니 환자 모집이 쉽지는 않다. 김 교수는 “췌장암은 국내에서 1년에 약 800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한다”며 “예후가 좋지 않은 췌장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물공학 기술을 임상에 적용해 봄으로써 새로운 치료 방법이 될 수 있을지 모색하고자 한다. 의미 있는 결과를 찾아낸다고 하면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것으로, 1년에 발생하는 환자 수를 고려할 때 초기에는 10~20명의 엄선된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가능성을 확인해 보는 게 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오가노이드가 환자의 아바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몸 밖에서 키우는 세포 덩어리인 만큼, 환자를 완전히 대변한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제한이 있다. 그런데도 췌장암 환자에서는 시도해 볼 만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연구에 착수하게 됐다. 다만, 아직은 잠재적인 가능성을 보고 도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암 조직도 사람마다 진행속도가 달라, 오가노이드 제작에 들어가는 시간도 다르다. 김 교수는 “3주 이내에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1주 안에 약물 투여 결과를 도출해 환자에게 적시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살펴보는 것도 목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오가노이드 활용 임상연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고 있으며 세포 단위 실험에서 효과를 봤더라도 인체에서는 반응이 없는 경우가 매우 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하면서도 세포 실험보다는 실제 환자와 훨씬 더 비슷한 특징으로 오가노이드가 주목받고 있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다른 사람의 암세포보다 실제 환자의 오가노이드가 환자와 더 유사할 가능성이 큰 만큼, 환자 개인을 대신해 약물 반응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오가노이드에 기대가 큰 만큼 시장 규모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2019년 7800억 원에서 2027년 3조8000억 원으로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