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와 유사한 구조와 기능을 지닌 오가노이드가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이고, 임상에 쓰이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어 의학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혁신기술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인체장기 유사체를 뜻한다.
31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 2023(GBC2023)’에서 손명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신약 개발을 할 때 임상 단계에서도 성공률이 10%에 그친다. 10개 중 3개는 독성 문제로, 6개는 효과가 없어서 실패한다”며 “전임상 단계에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패할 약물이라면 빠르게 판단해 임상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신약개발 과정에서 효과가 있는지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 동물(쥐)을 이용한 실험을 하고 있다. 생체 반응을 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종간 반응 차이로 인해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을 규제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어 동물실험을 대체할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손 박사는 간 독성, 유효성 평가용 오가노이드를 개발해 동물실험과 임상시험 간 간극을 메우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현재 수준에서 오가노이드가 가장 진보한 모델”이라며 “사람을 대신해 먼저 약물을 평가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가능한지 확인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개인 맞춤형 약물 평가를 통해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트 스피(Bart Spee)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Utrecht University)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가노이드가 장기이식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바트 교수는 “건강한 공여자의 간으로 세포를 배양해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며 “바이오잉크로 간 구성체를 3D 프린팅한다면 구조 외에도 기능 등 세포와 유사하게 오가노이드를 제작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장기 공여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우버 막스(Uwe Marx) 독일 TissUse GmbH CSO는 “오가노이드가 개인화된 정밀의학에 큰 도움을 주고, 약물 개발에 있어서 전임상 단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물실험에 쓰이는 동물의 수를 75%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오가노이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5월 정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보호 기본계획’에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관련 기술을 첨단기술로 지정했다. 국내에서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넥스트앤바이오, 강스템바이오텍 등 기업에서 오가노이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 파트너스(The Insight Partners)에 따르면 전 세계 오가노이드 시장은 2027년 4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