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 정책에 오가노이드(인공장기) 기술을 포함하면서 국내 오가노이드 업계에 청신호가 켜졌다. 오가노이드 개발 기업은 물론 오가노이드 구현을 위한 배양 재료를 만드는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16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 파트너스(The Insight Partners)에 따르면 전 세계 오가노이드 시장은 1조 원 규모에서 빠르게 성장해 2027년 4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인체장기 유사체로, 임상시험과 신약 개발, 질병 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글로벌 빅파마가 선도하는 이 시장에서 한국은 후발주자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국가 주도적으로 오가노이드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과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국내는 2015년부터 오가노이드 분야에 대한 연구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지난해까지 정부 지원 하에 2000여 건의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정부는 지난 7일 생명공학 종합정책심의회에서 ‘제4차 생명공학 육성 기본계획’을 의결하고, 오가노이드를 주축으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차세대 가상 연구·실험 플랫폼 개발 등 다양한 목표를 발표해 업계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26일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보호 기본계획’에서도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관련 기술이 첨단기술로 지정된 바 있다. 바이오 산업을 반도체에 버금가는 국가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관련 규제완화 속도도 빠를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넥스트앤바이오, 강스템바이오텍 등이 오가노이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2016년부터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플랫폼 ‘ATORM’ 개발을 시작해 국내 최초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에 의한 첨단재생의료 임상 연구 승인을 받았다. 이달 중 첫 환자 등록을 앞두고 있다.
넥스트앤바이오는 내년 1분기 내 오가노이드 기반 근육 재생치료제의 임상 1상 진입을 위해 올해 말까지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MP)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오가노이드를 균질하게 생산할 수 있는 표준화 기술을 확보했으며, 국내 의료기관과 오가노이드 뱅크를 구축했다.
강스템바이오텍이 보유한 췌도 오가노이드 제작 기술은 기존 기술 대비 인슐린 분비능을 갖춘 베타세포의 분화효율을 증대시킨다. 현재 당뇨병 동물모델을 이용해 췌도 오가노이드의 체내 생착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오가노이드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세포를 입체적으로 배양할 수 있는 세포외기질(세포와 세포 사이의 공간을 채워 세포를 지지해주는 구조체) 플랫폼이 필요하다. 오가노이드 연구 활성화에 따라 이를 개발하는 기술력도 함께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오가노이드 연구에서 많이 사용된 플랫폼은 글로벌 소재기업 코닝이 개발한 ‘매트리겔(Matrigel)’이다. 쥐의 암세포를 정상 쥐에 이식해 암조직으로 키운 후 분리해 만든 물질이다. 하지만 암 세포 유래 성장인자를 함유하고 있으며,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종의 유전자로부터 나온 점에서 인체 이식용 생체재료나 이를 활용한 조직공학제 또는 치료제로 사용하기 힘들단 문제가 제기돼 왔다.
HLB셀은 이런 단점을 보완한 인간 정상 세포 유래 세포외기질 플랫폼 ‘휴트리겔’을 최근 개발해 매트리겔을 대체할 오가노이드 생체 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휴트리겔에 함유된 세포외기질은 이상적인 3차원 하이드로겔 플랫폼으로서 오가노이드 배양 환경 구축과 함께 줄기세포를 활용한 재생치료제 개발에도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판되는 인간 정상 세포 유래 세포외기질 플랫폼인 시그마 알드리치(Sigma Aldrich)의 ‘맥스겔’은 겔화가 불가능해 입체적인 배양이 불가능하다. 반면 휴트리겔은 세계 최초로 겔화가 가능해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오가노이드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선 오가노이드 배양 기술 발전이 선행돼야 하는데, 한층 진보된 배양 재료가 개발되는 점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며 “정부의 오가노이드 분야 지원 의지가 강한 만큼 먼저 가시적 성과를 낸 회사들이 ‘퍼스트 무버’로 인정받아 기업가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