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4년 여정…이제 끝 보인다

입력 2024-02-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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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시작한 결합 절차 4년째
경쟁당국 승인 지연에 합병 절차 늦어져
우여곡절 끝에 EU 조건부 승인 얻어
"상반기 내 미국 경쟁당국 승인 얻을 것"

(연합뉴스)
(연합뉴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승인하면서 4년 차에 돌입한 합병 여정도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만 남겨둔 가운데 대한항공은 세계 10위권 규모의 메가캐리어로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여정의 시작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후인 2020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이 지연되면서 두 항공사의 합병 시기도 지지부진하게 늘어졌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선 각 국의 경쟁 당국 기업 결합 심사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14개국에 기업 결합을 신고했다. 같은 해 2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호주, 중국 등 11개 국가가 합병을 승인했다.

순조로워 보이던 양사의 기업결합 여정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 건 2022년 11월부터다. 미국 법무부가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 유예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한항공은 같은 해 8월 슬롯 반납 내용이 담긴 시정안을 제출했으나 미국 법무부는 추가 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부터는 EU 경쟁당국인 EU집행위원회(EC) 심사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5월 EU는 두 항공사의 결합이 유럽과 한국 간의 노선에서 여객 및 화물 항공 운송 서비스 전반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중간 심사보고서를 대한항공 측에 통보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아시아나 화물 운송 사업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등 다른 항공사에 매각하고 유럽 4개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일부를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내놨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노조를 비롯한 회사 안팎에서는 화물사업 분리매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달 30일 해당 시정조치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임시 이사회를 열었으나 매각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화물사업 매각이 불발된다면 EU 경쟁당국의 승인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이사회 직전 진광호 아시아나항공 전무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며 잡음이 불거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1월 2일 이사회를 다시 열고 화물사업 분리 매각을 가결했다.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을 제출받은 EC는 지난해 12월 6일 “2024년 2월 14일 전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심사를 잠정적으로 결론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EU의 결정을 기다리는 사이 대한항공에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 경쟁당국이 지난해 12월 31일 두 항공사의 기업 결합을 승인한 것이다. ‘동북아 허브 공항’ 지위를 두고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승인을 얻으며 EU의 승인 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결국 13일 EU 경쟁당국의 조건부 승인을 얻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 이제 남은 마지막 관문은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이다. 미국은 EU 경쟁당국에 비해 심사가 순조로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미국 역시 여러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미국의 승인을 받아 연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연내 화물사업을 매각할 계획이다. 이후 2년 가량 통합 과정을 거쳐 완전히 한 회사로 합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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