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내세웠던 명품 플랫폼, 거품 걷고 내실 다진다

입력 2024-02-0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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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발란)
(사진제공=발란)

국내 명품 플랫폼들이 경영 효율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루고 있다. 톱스타 모델 기용 등 공격적인 마케팅비 투입 대신 고정비 절감, 기존 자산 활용 등 ‘내실 다지기’로 거품을 걷어낸 모습이다.

4일 패션유통업계에 따르면 명품 플랫폼 ‘발란’은 작년 9월 첫 월간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이후 12월까지 4개월 연속 영업이익을 내며 창사 이래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작년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 약 40% 신장했다. 이번 분기 흑자는 2015년 창립 이후 8년 만에 달성한 성과다.

발란의 경쟁사인 ‘머스트잇’도 작년 4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40% 늘면서 실적 개선을 이뤘다. 트렌비도 작년 12월 기준 영업이익이 전월 대비 30%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은 비용 절감 등을 통한 경영 효율화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

앞서 발란은 2022년 톱스타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앞세워 광고선전비(광고비)로만 385억 원을 지출했다. 높은 판매관리비 영향으로 2022년 순손실 규모는 379억 원에 달했다. 결국 발란은 지난해 TV광고를 결국 중단, 올해 광고비를 전년 대비 90%가량 줄였다. 직원 수도 120명에서 60명대로 줄이며 인건비를 절감했다.

머스트잇 역시 배우 주지훈을 앞세운 스타 마케팅으로 출혈 경쟁을 벌이다, 지난해 광고비를 전년 대비 80% 삭감했다. 또 2021년 300억 원에 매입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옥을 작년 9월 410억 원에 매각했다. 이로써 약 110억 원의 자금을 확보, 현금 유동성을 높였다. 또한 2022년 200억 원 이상 순손실을 낸 ‘트렌비’도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2022년 말 140여명이었던 직원이 현재는 100여명으로 감축, 인건비를 절감했다.

실적 개선을 이룬 발란은 올해 ‘해외시장 진출’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11월부터 선보인 ‘K럭셔리’ 서비스를 통해 잠재력 있는 국내 브랜드를 육성, 입점 브랜드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브랜드의 판로 개척과 마케팅,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올해 하반기까지 자사 플랫폼 입점 국내 브랜드를 최대 1500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머스트잇 CI. (사진제공=머스트)
▲머스트잇 CI. (사진제공=머스트)

머스트잇은 올해는 개인화, 큐레이션 등 서비스 고도화와 함께 자체 운영 중인 ‘고객연구소’를 통해 사용자 서비스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트렌비는 지난해 11번가와 협업 등 유통채널 확대로 중고명품 사업을 키울 계획이다. 지난해에만 약 500억 원의 중고명품 사업 거래액을 달성한 트렌비는 올해는 작년보다 2배 많은 연 거래액 1000억 원을 목표로 세웠다.

이런 가운데 ‘가품 논란’은 넘어야 할 산이다. 명품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결국 매출 성장에 최대 걸림돌이 되기에, 업체들은 고객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도 적극 펼치고 있다. 발란은 2022년부터 국내 최대 중고명품 매장을 운영하는 ‘고이비토’ 부설 명품감정원과 함께 정품 유통 및 위조품 감별에 힘쓰고 있다. 발란에서 명품을 구매한 고객은 발란 고객센터 또는 고이비토 온라인 및 전국 30여개 매장에서 ‘정품 감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발란은 입점 후 가품이 1회만 발생해도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운영 중이다.

머스트잇은 구매한 상품이 가품으로 판정될 경우 금액의 200%를 보상하는 ‘200% 책임 보상제’와 수시로 직접 쇼핑해 모니터링 하는 ‘미스테리 쇼핑’ 정책을 시행 중이다. 트렌비는 별도로 설립한 독립 법인 ‘한국정품감정센터’를 통해 직접 수급하는 브랜드 상품, 중고명품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정품 검수를 한다. 이 센터는 명품감정팀, 포토그래퍼, 물류인력 등 50여명이 근무한다. 트렌비는 또 지난해 3월 자체 개발한 데이터 기반 명품감정 시스템 ‘마르스 AI(인공지능)’도 활용하고 있다. 이 기술은 AI가 자동으로 감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며 정가품을 확인하는데 도움을 준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사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인 경영 전략을 수립하면서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내실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정품에 대한 강한 신뢰가 곧 매출로 이어지는 만큼 지속성장을 위해선 가품 리스크를 없애는 철저한 시스템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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