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유족 두번 울리는 장례식 상술

입력 2024-0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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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흔 정치경제부 차장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간 뒤 장례식장이 다시 문상객들로 북적인다. 상을 겪어보면 그동안 많이 없어졌다는 장례식장 상술이 여전하다는 것을 느낀다.

 작년 3월 아버지 상 때는 입관식 때 장례지도사가 상주를 비롯해 유족을 모두 호명하면서 고인이 저승길을 떠날 때 여비로 써야 한다며 노잣돈을 넣으라고 했다. 혹시 돈을 준비 안 할까 봐 미리 와서 얘기도 해줬다. 꼭 안 넣으면 불효자가 되는 분위기를 만들고 돈을 내도록 한 것이다.

 물론 노잣돈은 현금을 태우는 것은 불법이라며 관에 들어가지 않고 모형 돈이 대신 들어가고 장례지도사 주머니로 들어간다. 얘길 들어보면 일부 지방 소도시에 이런 문화가 남아 있다고 하는데 아버지 장례는 서울특별시에서 했다.

 또 상식이라고 해서 아침, 저녁으로 제사상을 차리는데 그럴 때마다 비용이 따로 추가된다.

 그런데 이번에 처조모 상 때는 빈소를 마련하고 상복으로 갈아입은 뒤에 제사를 지내고 이튿날 입관식 후 두 번째 제사를 간단히 지내는 게 끝이었다. 또 입관할 때도 장례지도사는 노잣돈이라는 말 자체를 꺼내지 않았다. 할머니가 7남매를 낳았기 때문에 유족이 많다. 아마 노잣돈을 넣으라고 했으면 엄청난 금액이었을 것이다.

 상복도 마찬가지였다. 상복에는 허리띠를 꼭 해야 한다며 구매를 강요하고 어두운색 계열의 양말도 안 되고 무조건 검은색이어야 한다며 양말을 강매했다. 허리띠는 물론 양말 역시 시중가보다 훨씬 비쌌다. 처조모 상에서는 바지가 크면 허리띠를 하고 양말은 굳이 팔 생각도 없어보였다.

 물론 모든 것은 선택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상을 당한 입장에서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선택은커녕 지인들에게 연락하는 것도 다 못해서 나중에 친한 지인인데도 연락을 미처 못한 이들도 많았다.

 통상 상을 치를 때 부의금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소소한 액수는 그냥 넘어가기 마련이다. 장례식장은 이런 점을 이용해 시중가보다 가격을 많이 받는 꼼수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상술은 아니지만 없어졌으면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조화다. 아버지 때도 그랬지만 처조모 상에는 7남매이고 이제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할 때여서인지 조화가 엄청 많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냥 세웠다가 계속 와서 옆으로 비스듬히 해서 세웠다. 그런데도 계속 들어와서 마지막에는 어쩔 수 없이 다른 호실까지 양해를 구하고 조화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특1호실이었는데 특2호실도 조화로 복도를 꽉 채우긴 마찬가지였다. 삼일장 마지막 날 집안 어른들도 조화는 낭비라고 한마디씩 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조화는 통상 3단짜리가 5만~10만 원 수준에서 가격이 정해지는 것 같다. 한두 개면 몰라도 수십 개가 되면 액수도 적지 않다.

 조화는 돌아가신 분이나 유족의 인간관계를 보여주고 외부에는 “나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야”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가끔 고위공무원의 상갓집을 가보면 누구보다 가장 먼저 멀리까지 서 있는 조화가 반기기 마련이다. 일부 도지사나 시장의 경우 상조기를 설치하는데 좋은 아이디어로 보인다.

 요즘은 보통 삼일장을 치르기 때문에 유족들이 불만이 있어도 그냥 넘어간다. 그러다 보니 잘못된 점들이 개선되지 못하고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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