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와 관련이 없는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근무시간 외에 업무 지시를 하는 등 공공의료기관 내 갑질 행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공립대학의 경우, 부패 경험 중 '연구비 횡령·편취 경험률'이 높게 나타났으며, 연구수행 과정 등에서 금품·향응·편의 등 요구도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8일 전국 국립대학병원, 지방의료원 등 22개 공공의료기관과 16개 국공립대학에 대한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권익위는 공공의료·대학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청렴 수준을 진단하기 위해 2012년부터 국공립대학, 2013년부터 공공의료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한 모형으로 청렴 수준을 측정해 왔다.
이번 평가는 △공공의료기관·국공립대학과 업무 경험이 있는 환자·계약업체 등 약 4300명과 공공의료기관·국공립대학 내부 구성원 6400여 명 등 약 1만 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청렴체감도)를 비롯해 기관이 1년간 추진한 부패방지 노력(청렴노력도), 기관의 부패사건 발생 현황 등을 합산해 진단했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공공의료기관의 종합청렴도 점수는 74.8점, 국공립대학은 77.6점으로, 지난달 권익위가 발표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의 종합청렴도(80.5점)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기관별로 종합청렴도 1등급은 1개 기관으로 부경대학교가 유일했으며, 5등급은 충청북도청주의료원과 성남시의료원으로 2개 기관이었다.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업무를 경험한 환자와 계약업체 및 내부 공직자 등이 평가한 청렴체감도는 79.3점으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의 청렴체감도(80.0점)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공공의료기관 진료 과정을 경험한 환자 또는 의약품‧의료기기 납품계약을 체결한 업체 등이 평가한 외부체감도(87.8점)는 양호했으나, 공공의료기관 공직자가 평가한 내부체감도는 60.7점에 그쳤다.
내부체감도 세부 항목 중 공공의료기관 구성원들은 '부당한 요구·지시·거부 등의 갑질행위(57.0점)' 항목에 대해 특히 낮게 평가했고, 내부 구성원들이 실제 경험한 갑질 경험률도 42.3%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실제 경험한 갑질행위 유형은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직무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요구(15.7%)'가 가장 많았으며, 불필요한 휴일근무나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부당한 업무배제 등(9.2%), 외모와 신체를 비하하는 발언, 욕설·폭언·폭행 등 비인격적 대우(7.9%) 등이 뒤를 이었다.
국공립대학의 경우, 계약 업무 처리 경험이 있는 업무 상대방과 강사‧연구원‧조교‧대학원생 등의 내부 구성원이 직접 평가한 청렴체감도는 76.2점이었다. 영역별로는 계약 업무 경험이 있는 업무 상대방이 평가한 계약 영역의 체감도가 94.5점으로 높았지만, 내부 구성원이 평가한 연구 및 행정 영역의 체감도는 71.0점에 그쳤다. 특히, 계약 업무 상대방이 금품 등 요구·수수·약속을 경험한 비율은 0.06%였던 반면, 내부 조직 운영 과정에서 금품 등 요구·수수·약속을 경험한 비율은 2.16%로 큰 차이를 보였다.
아울러 권익위가 국공립대학의 특수성을 반영해 별도 항목으로 조사한 '연구비 횡령·편취 경험률'은 2.49%로 나타나, 금품 등 경험률(2.16%)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또한, 부패공직자로 인해 감점된 33건의 부패사건 중에서도 '연구비 등 유용‧횡령'이 24건(72.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공공의료기관·국공립대학의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는 국민권익위와 기관별 누리집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공공의료기관은 환자‧계약업체·내부 공직자들이 지적한 갑질 등 부패 취약분야를 우선 개선하고, 국공립대학 또한 연구비 집행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집중 노력을 반영해 기관별 개선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우선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정승윤 권익위 부패방지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할 공공의료기관의 부패‧갑질 행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연구비 부정 사용 행태 또한 건전한 학문 연구와 대학 운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공공의료기관 및 국공립대학의 청렴수준을 높이고, 국민 생활 접점 분야에서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