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무실 공실률, 1979년 이후 최고…재택근무·과잉공급 이중고

입력 2024-01-0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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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실률 20% 육박
재택근무 활성화 너머에
80ㆍ90년대 과잉 공급 주요인으로

▲미국 주요 도시 사무실 공실률 추이. 지난해 19.6%.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주요 도시 사무실 공실률 추이. 지난해 19.6%.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끝난 지 1년도 더 됐지만, 미국 사무실들은 오히려 더 비어가고 있다. 재택근무가 고착화한 것과 함께 수십 년에 걸쳐 지나치게 늘어난 사무실 공급량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지난해 4분기 미국 주요 도시 사무실 중 임대되지 않은 비율이 19.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97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공실률 상승의 가장 큰 이유는 팬데믹 기간 활성화한 재택근무 영향이다. 다만 이는 단편적인 현상에 그치며, 그 뿌리에는 1980년대와 1990년대 대규모 사무실 건설에 따른 공실 문제가 숨어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80년대와 90년대 초반 미국 사무실들은 수년에 걸쳐 진행된 과잉 건설로 인해 공실 문제를 겪어야 했다. 당시 토지가 저렴하고 건설 대출 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건설 붐이 일었고, 그 결과 투기성 사무실 공급이 크게 늘었다.

80년대 당시 맨해튼에 사무용 건물을 세웠던 브루스 아이크너는 “내가 지은 건물은 규모가 거의 100만 평방피트에 달했다”며 “건물은 100% 비어있었다”고 회상했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사무실은 넘쳐났고 금융위기까지 오면서 수많은 S&L(주택대부조합)이 대출 위기를 맞았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가 있다면 공실의 지속 여부다. 90년대 초반의 위기는 경제가 다시 호황을 누리면서 빠르게 끝났다. 기업들은 사무실을 사들였고 공실은 갑자기 줄었다. 반면 지금은 재택근무가 활성화하면서 공실이 더 오랜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991년 미국에서 세 번째로 낮은 공실률을 기록했던 샌프란시스코가 현재는 재택근무에 적극적인 기술 기업들의 대거 유입으로 가장 높은 공실률을 기록 중인 것도 이와 연관된다.

WSJ는 “과거의 과잉 공급 현상은 오늘날까지 사무실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며 “이는 유럽이나 아시아보다 미국 공실률이 훨씬 높은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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