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마약이나 성범죄 문제로 출연작에 피해를 끼치는 일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필연적으로 송사로 이어지는 일이다. 비싼 캐스팅 비용에 제작비까지 쏟아부어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고 상영·해외 판매 등으로 이윤을 내는 영상제작사들이 막대한 손해를 떠안게 되는 까닭이다.
대형 소속사들도 ‘배우 관리 못한 죄’를 호되게 치르게 되는 건 마찬가지다. 배우 강지환이 2019년 드라마 스태프 성폭행으로 유죄 선고를 받자, 그의 전 소속사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도 53억 원이라는 거액을 드라마 제작사에 함께 배상하게 됐다. 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전 소속사가 강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우와 소속사가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연대보증약정’ 관계라는 점이 드라마 출연계약서에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위 학습효과를 경험한 대형 소속사들이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가장 난감해지는 건, 다시 제작사다. 지금도 ‘스타 파워’를 내세우는 대형 소속사들의 눈치를 봐 가며 캐스팅을 하고 거액의 출연료까지 지급하는 입장이다. 상대가 ‘예상치 못한 배우 사생활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식의 문구를 계약서에 담으려 들면 통제되지 않는 배우로 인한 위험은 오롯이 제작사가 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배우 한 명이 일으키는 물의가 제 식구 같은 소속사는 물론이고 여러 제작사들의 명줄까지 쥐고 흔드는 형세다. ‘벌금 3000만 원’으로 갈음된 배우 하정우 사례처럼, 이미 큰돈을 번 당사자들은 대검찰청 마약과 출신 변호사가 소속된 대형 로펌을 고용해 죄값을 최소화할 방편을 찾는다. 그 이면에 그들이 일으킨 위협 때문에 아무 죄 없는 업계 종사자들의 프로젝트가 좌절되고 극심한 경제적 타격까지 입게 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무겁게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