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막기 위한 의료계의 투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7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이달 11일부터 17일까지 총파업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17일에는 총궐기대회까지 열며 증원 저지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의협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전날 오후 10시부터 7일 오전 7시까지 용산 전쟁기념관 앞과 용산 의협회관 앞마당 천막 농성장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또한, 대통령실 앞에서는 30분씩 교대로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갔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2020년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계획 발표로 대한민국은 큰 혼란에 빠졌고, 결국 정부와 의료계에 깊은 상처를 남긴 채 9·4 의정합의로 마무리됐다”며 “의정합의는 정부와 국민과의 약속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정부와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 회장은 “범대위를 포함한 전 의료계는 정부의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정책 추진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11일부터 총파업 전 회원 투표, 17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 등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추진을 적극적으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의협은 3일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맞서 강경 투쟁 계획을 세웠다. 의사들의 투표 결과 실제로 총파업이 진행되면, 2020년 이후 3년 만에 총파업이 재개된다. 범대위 위원장은 이필수 의협 회장, 범대위 수석부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은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이 각각 선임됐다.
2020년 집단행동을 주도했던 의대생과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반대하면서도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위기다. 당시 전공의들은 총파업 선봉에서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대했고, 의대생들은 학교 수업과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집단으로 거부하는 등 정부를 압박하는 역할을 했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서는 아직 행동 수위를 결정하지 못했다. 서연주 젊은의사협의체 공동대표는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고자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결정된 건 없다”면서 “의사 사이에서도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갈등이 존재한다. 기성세대 사이에선 의사 수 증원에 찬성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는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현명한 방법은 찾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쟁위원장으로 최 전 의협 회장이 추대된 것도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는 투쟁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최 위원장은 9·4 의정합의 체결 과정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젊은 의사들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최 위원장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반면, 국민들은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해 부정적이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이달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총파업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의협의 대응에 반대한다’는 응답 비율은 66%였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