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간호대 입학정원 증원도 진행하기로 했다. 전국 간호대학 정원은 2008년 1만1686명에서 2023년 2만3183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임상 간호인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간호계에서는 ‘처우 개선’이 우선돼야 현장을 떠나는 간호사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간호인력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서울시티타워에서 1일 첫 회의를 열었다. 위원회에는 위원장인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과 교육부 관계자, 의료인력 전문가, 병원 경영자,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등 12명이 참여한다.
위원회는 이날 1차 회의에서 지금까지 증원해온 간호대 정원을 바탕으로 간호인력 수급 정책 경과 및 효과에 대해 평가하고 향후 위원회 운영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12월 초까지 2025학년도 간호대학 입학정원 증원 규모를 결정하고, 대학별 정원 배정방식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임상 간호사는 2008년 인구 1000명당 2.16명에서 2022년 4.94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8.0명보다는 한참 낮은 수준이다.
간호사 면허가 있지만,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약 48만1000명이었지만, 임상 간호사는 25만4000명(52.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간호직 공무원, 119소방대, 장기요양시설 등 보건의료 연관기관에 종사하는 인원을 포함해도 간호사 전체 활동률은 73%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현재 간호사 업무 강도를 지금의 80% 수준으로 낮춘다고 가정해 계산했을 때 2035년까지 간호사 5만6000여 명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간호대 입학정원 증원과 함께 근무환경 개선 등을 통해 간호사 이탈방지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간호계에서는 ‘처우 개선’이 간호대 정원 확대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간호계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간호사 처우 개선 없이 증원만 해왔다. 이러한 이유로 매년 현장을 떠나는 간호사 수가 1만 명이 넘었다”며 “지역 사회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법·제도적 장치마련을 위해 간호법 통과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선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간호사 1명당 적정 환자 수를 5명으로 보고 있지만, 현장에선 25명 이상을 돌보기도 한다”며 “이 수준에 맞추려면 간호대 정원을 증원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관련한 법·제도가 없는 상황에 정부가 나서서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근무환경을 먼저 개선하고 증원한다고 한다면 찬성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