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공성 강화, 필수인력 충원하라.”
서울대학교병원 노동조합이 11일부터 의료공공성 강화와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이하 서울대병원 노조)는 4일 파업 전 마지막 조정회의를 했지만, 결국 교섭에 다다르지 못했다.
노조 측은 총 17차례 본 교섭을 진행했음에도, 병원 측이 수용안을 제시하지 않아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 조합원으로 구성된 서울대병원분회는 약 3800명이다. 하루 평균 1000여명 정도가 번갈아 가며 파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입구는 서울대병원 노조원들로 붐볐다. 이들은 ‘직무성과급제 저지’, ‘노동시간 단축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했다. 노조원들은 출근하는 서울대병원 직원들에게 파업 관련 전단을 건넸다. 병원 외부에는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공공기관 임금, 인력 통제에 의료공공성과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저희에게 남은 선택지는 파업뿐이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서울대병원 시계탑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과 출정식을 열고, 본격적인 파업에 돌입했다. 이 자리에는 조합원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향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3년 6개월 동안 전국 병원 노동자들은 영혼을 갈아 넣으며 감염병 확산을 위해 예방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며 “코로나 이후에 공공병원 확대, 인력 충원 정책을 정부가 내놓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본부장은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이 병원의 최소 인력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노사가 합의한 인력마저 불승인함으로써 노사 합의사항을 무력화했다. 민간사립대병원과 국립대병원의 임금격차도 지속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인력 수급을 어렵게 만들었고, 2년 미만 신규 간호사 퇴직률은 59%나 된다”고 비판했다.
윤태석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의사들에게 진료량과 수술 건수, 수술 시간까지 경쟁시키는 성과급제 도입으로 3분 진료, 과잉 진료가 유발됐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의 질이 저하됐다”며 “이 파업을 통해 서울대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연대본부는 △보건의료인력기준 마련 △실근무 간호사 수 환자 수 통합병동1:3, 일반병동 1:6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전면 확대 △공공병상 확충 △필수의료분야 의사 수 확충 △비대면진료 중단 △실손보험청구간소화 중단 △돌봄노동자 필수인력 충원 및 월급제 시행 △간병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별다른 진료 차질은 벌어지지 않았다. 노조가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은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파업 장기화 시 환자의 불편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파업 중에도 교섭은 계속 성실히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병원 노조를 포함한 의료연대본부는 12일 서울 시청 앞에서 의료연대본부 공동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