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실언으로 해제론에 직면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0일 대의원제와 공천룰 관련 혁신안을 발표하고 활동을 조기 종료했다. 6월 20일 혁신위가 출범한 지 50일 만으로,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활동을 계속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서 하위자 감점 폭을 전보다 늘리도록 공천룰을 변경하고, 사실상 대의원제를 폐지하는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했다.
우선 전당대회 당대표‧최고위원 선거 투표 반영 비율을 ‘권리당원 1인 1표 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30% 반영’을 제안했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 상 반영 비율이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와 같다. 전국대의원은 지역위원회 권리당원 총회에서 ‘직선제’로 선출하도록 했다.
대의원제 폐지는 총선 공천보다는 당 지도부 선출과 직결되는 문제로 비명계 측에서는 이에 반발해왔다. 대의원제가 약화될 경우, 권리당원의 힘이 강해져 강성 지지층을 보유한 이 대표에게 유리한 차기 지도부 선출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대의원제 폐지는 아니다’란 입장이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전당대회 투표권 행사 문제와 일상적 대의 기구로 활동하는 대의 기구가 분리되는 것이지, 하나가 살고 다른 하나가 폐기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공천룰과 관련해서는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서 ‘하위 10%까지는 득표 40% 감산, 하위 10~20%는 30% 감산, 하위 20~30%의 경우엔 20% 감산’ 규칙을 적용하는 변경안을 제시했다. 탈당이나 경선 불복자의 감산 비율도 현행 25%에서 50%로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제재를 실질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룰은 ‘하위 20%에 일괄 경선 득표 20% 감산’을 적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혁신위는 현역 의원 평가에 ‘공직윤리’ 항목을 신설해 공직자윤리법‧이해충돌방지법‧부정청탁금지법 등을 충족하지 못하면 공천 배제하는 안과 현역 중진의원들과 정계 복귀를 준비하는 원외 원로들의 용퇴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수차례 의원직을 역임하고, 의회직과 당직을 두루 맡으면서 정치발전에 헌신하신 분들,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다시 출마를 준비하는 분들 중 이제는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하실 분들은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간의 논란으로 받았던 비판을 암시하듯 “명치를 향한 칼 끝이 정말 아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며 “죽을 힘을 다해 왔으니, 민주당이 잘 받아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혁신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 활동은 오늘로써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 그간 활동을 성원해주고 응원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부족한 말로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한 차례 인사 논란 끝에 어렵사리 출범했지만, 활동 내내 당 혁신보다는 실언 논란으로 더 많은 구설에 오르는 등 조기 해체론 등에 부딪혔다. 김 위원장은 당내 계파 갈등을 부추기고, ‘여명 비례투표’ 발언으로 세대 갈등을 불붙였다는 비판도 받은 바 있다. 당내에서도 동력이 떨어졌단 평가를 받으면서 혁신위도 무리하게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우선 의원총회와 28, 29일 민주당 의원 워크샵을 통해 혁신안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혁신안 발표 직후 민주당은 한민수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한 김은경 혁신위원회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오늘 혁신위 제안은 민주당 쇄신을 위한 고언이며, 당은 혁신위 제안을 심도있게 논의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 쇄신을 이뤄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은경 혁신위는 앞서 1차 혁신안에서는 불체포특권 포기 및 체포안 가결 당론 채택을, 2차 혁신안에서는 체포동의안 기명 표결 및 유죄 판결 시 복당 제한 등을 각각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