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ESG 현주소] 갈수록 높아지는 ESG 허들…중소·중견기업 현실은

입력 2023-08-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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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8-08 17:3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ESG 개념·내용 제대로 알지 못해…“준비에 비용 부담 커”
“명확한 가이드라인 부족, 정부 지원 미비 아쉬워”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A사는 ESG에 관심도 있고 관련된 준비를 하려고 하지만 중소기업이다 보니 비용적인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신공장을 짓고 있는데 ESG 경영을 일부 반영하고 있는 게 전부다. 예를 들어 공장에 태양광 설비라든지 차량용 충전 설비를 비롯해 지게차를 전기 지게차로 구매하는 계획 정도다.

#차량 부품을 제조하는 B사는 ESG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해본 적조차 없다. 2차벤더로 적용해 일부 ESG 평가를 했는데 실제로 어려움이 많았다. 상장사이다 보니까 향후 몇 년 안에 준비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전반적으로 인식이 부족하다고도 했다.

2021년을 전후로 국내 산업계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화두로 자리 잡았다. 기존에도 이와 관련된 개별적인 문제들과 요인이 기업 경영에 활용됐지만, 이제는 기후 위기와 관련해 국제 사회의 요구와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 등으로 확장하면서 기업의 생존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삼성과 LG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중견·중소기업계는 제대로 된 개념과 내용조차 알지 못하는 등 대응이 쉽지 않다. 특히 경기 둔화로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ESG에 비용을 들이는 것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ESG 경영에 직접 영향을 받는 공급망 내 중소기업 62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면 ‘ESG 평가 요구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20.0%였다. 이를 요구한 거래처로는 대기업이 80.6%, 해외거래처가 28.2%였다. 특히 50.8%는 요구받는 ESG 정보량 및 평가 기준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응답해 공급망 내 중소기업에 대한 ESG 경영 요구가 늘어나고 있음을 전했다.

반면 거래처의 ESG 경영 요구기준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가이드만을 제공’하고 있다는 응답이 66.1%에 달하고, ‘명확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경우는 26.6%에 그쳐 중소기업들이 달성해야 할 ESG 경영 수준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이 조사는 그나마 대기업 협력사와 ESG 경영에 영향을 받는 수출 중소기업체가 대상으로, 그 외 수출과 관련이 없거나 내수 위주 대기업 협력사는 아직도 ESG 경영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소기업 CEO 대상 ESG 경영에 대한 인식 확산이 그래서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ESG 경영과 관련한 국내외 표준과 지침 등의 허들 높이는 갈수록 높아만 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1월 유럽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 지속 가능성 공시 지침’을 승인하고 회원국들이 내년부터 이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럽 국가와 거래하거나 유럽에 지사를 둔 기업들은 ESG 경영 관련 내용을 공시하고, 협력 중소 업체들의 직원 인권 현황과 환경오염 실태까지 점검해야 한다. 국내에선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ESG 경영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확장한다.

이에 대한 불안감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2월 국내 300개사(대기업 72, 중견 105, 중기 123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잘 드러난다. 응답기업 중 40.3%는 올해 가장 큰 ESG 현안으로 ‘공급망 ESG 실사 대응’을 꼽았다. 하지만 ‘단기적인 대응수준’ 질문에 원청기업은 48.2%, 협력업체는 47.0%가 ‘별다른 대응 조치가 없다’고 하는 등 대응 수준은 낮았다. 두 번째 현안으로 꼽힌 ‘ESG 의무공시’와 관련해서도 별다른 대응 계획이 없다는 기업이 36.7%에 이르렀다.

ESG 경영 추진 관련 기업애로 질문에는 58.3%가 ‘비용부담’을, 53.0%가 ‘내부 전문인력 부족’을 선택했다. ‘경영진 관심 부족’(16.3%), ‘현업부서의 관심 및 협조 부족’(11.0%), ‘실천 인센티브 부족’(9.0%) 등이 뒤를 이었다.

중소·중견기업계는 기업 경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지원이 부족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음을 아쉬워한다.

A사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이익은 나오지 않는다. 또 비용적인 부분을 숫자로 뽑아내기 너무 힘들어 과감하게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며 “대기업은 사회적인 부분을 생각해서라도 하겠지만 중소기업은 이익이 많이 나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 지원금이라도 있으면 관련 투자를 활용할 텐데 알아보니까 그런 것도 없더라”며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아주 작은 부분부터라도 준비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B사 관계자는 “투명경영 관련해 명문화된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고 본다”며 “또 환경 관련 부분은 정확하게 계량화 능력이 부족하다. 기준이나 회사 자체 측정 기준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가이드라인도 필요하고 측정 업체들과 장비를 들여오려면 자금도 필요하다”며 “비용적으로 증가하면 판매가로 전가될 수 있다. 기업으로선 그걸 안고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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