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수의 희석식 소주, 트렌드와 반대라 성공 불투명
신세계L&B “한정수량 기획 판매하는 상품” 선긋기
신세계L&B가 과거 실패한 경험이 있는 소주 사업을 다시 꺼내들었다. 와인 시장 침체가 길어지자 소주로 반전을 노리고 있는 것. 다만 과거 실패작인 ‘제주 푸른밤’과 유사한 희석식 소주이고 알코올 도수 외에 기존 제품과 큰 차별점이 없어 소주 시장에 성공할 지는 불투명하다.
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신세계L&B는 현재 소주 신제품인 ‘킹소주24’ 출시를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연내 한정 수량으로 주류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게 신세계L&B의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신세계L&B는 특허청에 킹소주24, 쎄주24, 부강소주24 등의 상표권을 잇달아 출원했는데 소주 신제품 브랜드명을 내부적으로 킹소주24로 확정했다. 신세계그룹이 소주 사업을 다시 꺼내든 건 2년 만이다. 이마트는 2016년 제주소주를 인수 후 ‘푸른밤’을 앞세워 소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2021년 3월 사업을 정리, 제주소주는 그해 6월 신세계L&B에 흡수합병됐다.
신세계L&B에 따르면 이번 소주 신제품인 킹소주24는 알코올 도수 24도의 희석식 소주다. 희석식 소주는 95% 주정에 물, 감미료 등을 넣어서 만든 것으로 참이슬, 처음처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신세계L&B가 킹소주를 출시할 경우 참이슬 오리지널이나 이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한라산 오리지널과 경쟁을 벌이게 된다.
소주 생산은 옛 제주소주 공장 설비를 활용할 방침이다. 제주소주의 공장은 과거 푸른밤 소주를 생산했고 국내 소주 사업을 접은 뒤에는 동남아 주류 유통기업의 주문이 들어오면 수출용 과일소주를 만들었다. 다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수요가 줄어 공장 가동을 하지 않고 있다.
신세계L&B 관계자는 “킹소주 24는 한정 수량으로 기획 판매하는 상품으로 마케팅 활동, 상품 운영도 공격적으로 하지 않을 계획”이라면서 “주류시장의 소비자 니즈와 트렌드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기획성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세계L&B가 그룹차원에서 접었던 소주 사업을 다시 꺼내 든 건 와인 시장이 전반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탓이다. 신세계L&B는 와인 수입을 주력으로 한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와인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8% 줄어든 3만1300톤으로 기록했다. 와인 수입량이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2021년 상반기(4만400톤)와 비교하면 22.5% 빠졌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홈술 소비 트렌드에 가파르게 성장한 와인 수요가 엔데믹으로 유흥시장이 활성화되자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와인 시장 위축 속에서 신세계L&B가 소주를 다시 꺼내드는 등 고육지책에 나섰지만 이들의 신제품 소주가 국내 주류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신세계그룹은 2016년 제주소주를 190억원에 인수한 뒤 이른바 ‘정용진 소주’로 불린 푸른밤을 내놨지만 기대 이하의 시장 점유율로 인해 소주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번 신세계L&B 신제품은 푸른밤과 비교해 알코올 도수는 조금 높지만 희석식 소주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현재 신세계L&B의 제주공장 설비는 희석식 소주만 생산이 가능해 증류식 소주로 수요를 공략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높은 도수의 술의 경우 희석식보다 증류식 소주에 대한 수요가 더 강하고 국내 소주 시장에서 저도주 트렌드가 있는 만큼 시장 안착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희석식 주류로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 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고도수의 희석식 소주가 틈새시장을 노릴 수는 있으나 일반적인 소주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