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들었지만, 국내 바이오업계에 대한 투자는 얼어붙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파이프라인 정비, 바이오텍과의 콜라보레이션 등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바이오협회는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X) 2023’을 개최했다. 이날 첫 번째 기조세션은 ‘한국 바이오산업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열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이 좌장을 맡아 국내 바이오산업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어려움 극복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는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 대표는 “벤처 투자 전체에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가 10년 전만 하더라도 4%대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10%대로 올라섰다. 투자 주체도 벤처캐피털 일부에서, 은행권 전체와 중형, 대형 제약사까지로 늘었다. 바이오기업의 상장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바이오산업과 같은 유망 산업에 대해 공매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상장 바이오기업 리더가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다른 회사들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당부했다.
지배구조에 대한 개편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기술 특례 상장 등으로 바이오산업이 발전했지만, 일부 문제 있는 회사로 인해 신뢰를 까먹고 있다”며 “제대로 된 이사회를 갖추고, 잘하고 있다는 걸 외부에서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좋은 데이터와 우수성을 보여준다면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파트너십이 바이오텍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단독으로 진행하는 과제가 없다. 철저하게 국내외 파트너링을 통해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 된다”고 밝혔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로 설립 18년차를 맞이했지만, 아직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김 대표는 “파이프라인을 정리할 건 정리해야 한다”며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무슨 목적으로 무엇을 위해 설립하게 됐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바이오텍이 살아남기 위해선 업력이 있는 회사와 콜라보레이션이 필수다. 역사 깊은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한 세대가 늦은 만큼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도 공동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바이오산업의 핵심은 인재”라며 “아카데미나 바이오벤처 등 능력이 뛰어난 곳에서 후보물질을 만들고 있다. 이들과의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을 독자 개발한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고 나면,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경우가 많다”며 “열심히 키워온 물질의 생사를 글로벌기업에 맡기는 것이다.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임상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임상개발 파트너로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이러한 성공 케이스가 ‘렉라자’다”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 약물), 퍼스트 인 클래스(최초 혁신 신약)를 개발해서 실제 임상에 활용할 수 있는 약을 만들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어떠한 임상 포지션을 가져갈지 면밀한 전략을 세우고 대비한다면, 성공적인 신약개발로 이어질 것이다. 그게 바이오산업이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그간 다양한 바이오벤처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 변화를 꾀할 생각이다. 김 사장은 “소액으로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니 누적 금액이 5000억 원을 넘어섰다”며 “정말 투자해야 할 파트너링 기업을 물색하면 200억~300억 원 투자를 통해 1대 주주로 올라서는 전략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좋은 협력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