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와 1조2000억 원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었다. 글로벌 세일즈 현장에 직접 뛰어드는 존림 사장의 ‘현장 경영’이 새로운 역사를 썼단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화이자와 총 8억97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 규모의 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공시했다. 이는 7억400만 달러의 신규 계약과 함께 지난 3월 공시한 1억8300만 달러 계약에 1억9300만 달러를 추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화이자와의 올해 총 누적 계약 규모는 공시 기준 10억8000만 달러(약 1조4180억 원)로 불어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완공한 4공장에서 종양, 염증 및 면역 치료제를 포함하는 화이자의 다품종 바이오시밀러 제품 포트폴리오를 2029년까지 장기 위탁 생산한다.
지난달 ‘바이오 USA’에서 누적 수주 100억 달러(약 13조 원) 돌파 기록을 세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 체결에 성공하면서 올해 누적 1조9300억 원의 수주액을 달성했다. 2022년 전체 수주액(1조7800억 원)을 불과 반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업계는 존림 사장의 적극적인 현장 행보가 잇따른 대규모 수주를 낳은 것으로 분석한다. 2020년 12월부터 회사를 이끈 존림 사장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전문가로서의 노하우를 그대로 쏟아부었다. 특히 올해부터는 글로벌 세일즈를 현장에서 직접 진두지휘하며 고객사 네트워킹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60만4000리터란 압도적인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빅파마 고객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기존의 단일 제품 생산계약과 달리 다수 제품으로 구성된 고객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장기적으로 생산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이라며 “생산 능력, 생산 속도, 품질 등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받았단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상위 빅파마 20곳 중 13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 뿐만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이전 기간을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인 3개월로 단축하고, 글로벌 규제기관 누적 승인 건수 231건으로 입증한 품질 능력이 회사의 경쟁력인 ‘초격차’를 만들었다. 올해 3월에는 미국 뉴저지 세일즈 오피스를 개소, 글로벌 고객사와의 물리적 거리를 한층 좁혔다.
존림 사장은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 기업 도약을 목표로 △생산 능력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 확대 등 3대축 중심 성장을 제시하고, 한발 앞선 투자로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4월 착공한 5공장이 완공되면 총 생산 능력은 78만4000리터로 늘어난다. 차세대 의약품으로 꼽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시설 구축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