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번역 지원 14건 중 13건은 현지 발간 되지 않았다”면서 한국문학번역원의 부실한 사업관리를 지적하고 관련 지원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해 16억 원을 투입해 205편의 작품을 번역 지원했다. 해외에서 한국 문학을 출판하려는 국내 출판사나 에이전시, 해외 출판사에 분량ㆍ언어권ㆍ장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등 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문체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수(2~3명)의 심사위원이 1년간 심사 도맡아 진행 ▲모호한 심사위원 자격 요건과 불투명한 선정과정 ▲해외 출판사 지원사업에서 수십 권의 대상 도서를 심사 당일 제공해 부실심사 초래 ▲2021년 국내 출판사 완역 지원 작품 14건 중 1건만 현지 발간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우선 2022년 총 200편 넘는 지원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2~3명의 소수 심사위원단이 운영돼 공정성 확보가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사위원 중에는 해외와 국내 출판사 지원사업을 오가며 3년 가까이 심사에 참여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해외 출판사 지원사업의 경우 한 번에 심사하는 대상 도서가 50~60권에 달함에도 본회의 당일에 해당 도서를 제공하는 등 사실상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심사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사후관리도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2021년부터 해외 현지 출판사 섭외 전에 국내에서 번역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원 사업을 도입했는데, 2023년 현재까지 지원작 14건 중 단 1건만 출간으로 이어지는 등 번역지원 이후 사장되는 원고가 다수 발생됐다고 지적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우리 작가의 작품이 2년 연속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K-북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집중된 번역출판 환경에서 불공정성, 부실 논란을 야기하는 지금의 사업 운영 행태는 충격적”이라면서 “번역원의 리더십 각성과 자세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번역원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국내출판사나 에이전시가 문학 수출을 추진할 때 홍보 도구로 활용하는 짧은 분량의 샘플이나 시놉시스를 번역 지원해 출간까지 기간을 단축하는 등 지적된 사항에 대한 개선안을 도출해서 적용했다”면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지원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